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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총학출범식/홍대교수·학생이 함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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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총학출범식/홍대교수·학생이 함께(등대)

입력
1992.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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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학생회 행사라면 으레 붉은 머리띠외 깃발,불끈 쥔 주목과 구호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상돼 왔으나 2일 하오 홍익대 총학생회 출범식은 이같은 선입견을 깬 새모습을 보여 눈길을 모았다.학생회간부의 개회사가 끝나자 뜻박에도 비취색 두루마기에 흰 바지 저고리 짚신까지 신은 이만명총장이 단상에 올랐다.

그때까지 「그저 그러려니…」하고 주변을 지나던 학생들이 「뭔가 다른」 분위기에 이끌려 단상주변에 모여들면서 순식간에 행사장 주변이 메워졌다.

총장과 신인 총학생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학교와 학생회 발전을 비는 고사상이 차려졌다. 고사도 막걸리 몇잔 놓고하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돼지머리에 시루떡·과일 등까지 제대로 차린 본격적인 것이었다.

학생회장의 제문낭독에 이어 총장과 학생처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이 차례로 술잔을 올리고 돼지머리에 돈을 물렸으며 곧 학생회간부·교수·교직원·학생들이 줄줄이 차례를 기다려가며 절을 올렸다.

식이 끝난뒤의 뒤풀이는 한바탕 흥겨운 놀이마당이었다.

전문사물놀이패인 「마당패 뜬쇠」가 신명나는 장단으로 흥을 돋우자 특별초청된 진도 남도 들노래 기능보유자 조공례씨,경북 영천농요 기능보유자 이대봉씨 등 무형문화재들이 걸쭉한 노랫가락을 풀어냈다.

한껏 흥이 오른 학생들이 떡과 고기,먹걸리잔을 돌리며 어깨춤을 추는 속에 이 총장도 장고를 메고 뛰어들었다.

학생회는 총학생회 행사를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화합의 장으로 만들기로 하고 두달여전 기획때부터 학교측과 협의를 했다.

당초 이날 참석한 기능보유자들이 전통놀이가 학생운동 행사에 「악용」돼 왔다는 이유로 참석을 꺼리자 학교측이 설득에 나서 허락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해질녘까지 이어지면서 참여인원은 점점 늘어났다.

이 학교에도 여느대학처럼 등록금·학보문제 등 학교·학생간의 갈등요소가 산적해 있으나 이날만은 모두가 홍익대 사람들이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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