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 「메이저 인기」도 역부족/키녹당수 “정권교체 자신” 여유만만【런던=원인성특파원】 혼전을 거듭하던 영국총선일(9일)이 가까워지면서 노동당의 집권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갤럽,해리스 등 5개 여론조사 기관과 주요신문이 공동으로 거의 매일 실시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그동안 노동당이 꾸준히 우위를 지켜오기 했으나 절대적인 우세를 단언하기는 힘든 양상이었다. 우세쪽도 1∼5%정도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로 설정하는 ±3%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당의 우세로 나타나는 여론조사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을 넘어서면서 판세는 노동당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다. 3월31일 발표된 3개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은 각각 7%,6%,4%를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분석에서는 노동당이 보수당보다 20석 가량을 더 차지하되 과반수에는 10석정도도 모자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와 경제계는 물론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노동당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고 단독과반수 의석만 저지해도 다행이라는 절망적인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두 당의 태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노동당 당수 닐 키녹은 벌써 총리라도 된듯 여유만만하다. 노동당도 한결 느긋한 자세다.
반면 보수당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총선뒤 귀족회의인 상원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진 대처 전 총리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대처는 노동당을 사회주의자라고 몰아붙여 중도·보수성 유권자의 결집을 유도했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같은 이미지로 개인인기가 키녹을 크게 앞서왔던 메이저도 지금까지의 이미지는 팽개친채 강공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키녹의 자질론을 제기하며 둘 중에 누가 총리로 적합한지를 판단하라고 호소,초점을 당의 대결에서 개인의 대결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보수당은 나름대로는 메이저의 높은 개인인기에 큰 기대를 걸고 승리를 자신해왔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3주째 접어들면서 판세가 더욱 기울게 된 것은 그동안의 정책대결에서 보수당이 많은 점수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세금과 복지,경기침체로 요약된다. 보수당의 입장은 저소득층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등 세금을 적게 거두어 기업과 중산층의 경제의욕을 복돋겠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오히려 중·상류층서 세금을 많이 거두어 의료혜택과 양육보조비 등 복지비용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문제가 쟁점이 되면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의 인기가 2∼3%이상 올라가고 세금문제가 부각되면 약간 떨어지는 양상을 거듭해왔다. 이런 현상때문에 보수당은 세금문제를 선거쟁점으로 압축시키려 한다. 하지만 국민은 대체로 세금을 줄이기보다는 차라리 대치정권 아래서 취약해진 복지행정,특히 의료혜택을 강화하기를 희망하는 추세여서 노동당의 정책이 점수를 얻고 있다.
보수당의 4기 연속집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경기불황이다. 지난 2년 가까이 뒷걸음질만 해온 경제지표들은 회복의 낌새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지난 13년동안 추진해온 각종 민영화와 중산층 중심의 정책으로 저소득층의 살림은 더욱 곤궁하다.
여기에 결정적인 감표요인은 급증하고 있는 실업자수. 3월 현재 전국의 실업자는 약 2백80만명,유럽에서 최고수준인 10%의 실업률이다. 실업자수는 보수당의 정책기조에서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내년중 3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른 측면에서 노동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보수당의 장기집권이다. 보수당은 79년 대처를 앞세워 집권한뒤 83,87년 선거에서 잇달아 압승을 거웠지만 80년대말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기 시작하고 인두세파동을 겪으면서 인기가 땅에 떨어졌다.
90년 대처의 뒤를 이어 당을 이끌어온 메이저는 10%이상 뒤지던 당의 지지도를 엇비스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했으나 불황의 깊은 수렁과 장기집권에 따른 견제심리에 부딪쳐 2차 대전후 최장기 집권기록을 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성급한 일부 관측통은 이러한 배경과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키녹이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되는게 분명하며 문제는 노동당이 과반수를 넘어 단독집권 하느냐 아니면 자민당과 연합을 해야하느냐 하는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직도 선거일까지 1주일 가량 남았고 부동표가 20%를 넘는다는 점,여론조사의 오차 등을 들어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는 않지만 노동당의 승리는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는 분위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