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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정년보장제/엄격한 심사등 “보완절실”(대학을 살리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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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정년보장제/엄격한 심사등 “보완절실”(대학을 살리자:6)

입력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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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임용땐 영원한 교수” 풍토 방지위해/마구잡이 승급·인정주의도 뿌리 뽑아야/교육부선 대상·절차싸고 압력… “자율화 역행” 비난받아◇특별취재반

설희권차장·유승우·김철훈·김광덕·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서울대 등 전국 23개 국·공립대학이 교수정년 보장임용 문제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율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와 지난해말 75년이후 정치적 목적에 의한 악용소지 등 말썽을 빚어온 교수재임용제를 폐지하는 대신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개정,대학에 재임용 권한을 대폭 위임하자 각 대학은 해당 교수 모두에게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개정된 교육공무원 임용령은 교수는 정년제,부교수는 정년제 또는 기간제(6∼10년)로 임용하고 조교수 이하는 기간(조교수 4년이내,전임강사 2년이내,조교 1년)을 정해 임용토록 했다.

그러나 제주대를 제외한 22개 대학이 인사규정을 고치면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부교수 이상을 모두 정년보장 교수로 임용하고,대부분의 대학이 정년보장 교원의 정수를 현재의 교수 및 부교수 수보다 상향책정했다.

이에대해 교육부는 『연구실적 및 강의능력 등 교수로서의 자질을 갖춘 교원에 데해서만 정년때까지 신분을 보장해주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라며 인사규정 재검토를 지시했다. 교육부는 특히 『정년보장 교원의 정수를 과다책정하고 형식적인 심사로 일관할 경우 교수들의 연구의욕 감퇴와 질저하를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립대는 아직 구체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서울시립대등 4개 대학만이 인사규정을 다시 손질했다. 서울 시립대는 정교수만을 정년보장제로 하고 정년보장 교원정수를 당초 90%에서 80%로 낮췄다.

○형식적 논문 등 문제

한국해양대 부산수산대 한국체육대 등도 정년보장 교원정수를 60∼70%로 낮게 책정했으나 부교수의 임용방법은 정년제 또는 기간제(6∼10년)를 고수,모든 부교수를 정년보장할 수 있는 길을 터 놓고 있다.

교육부의 제동에 대해 대학들은 한결같이 『개정된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부교수에 대한 임용방법,정년보장 교원정수 비율 등을 대학의 장이 정하도록 해놓고 이제와서 재검토하라는 것은 자율화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또 『대학을 믿지못해 시행도 하지 않고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대학자율화 운운할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자율화 이전에도 일부 교수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재임용 대상에서 탈락하는 불이익을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형식적인 임용절차를 거쳐 적당히 안주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행된 교수정년보장 임용제는 가뜩이나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교수임용에 기득권과 합법성을 부여하고 있어 「한번 교수면 영원한 교수」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대학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30대 초반에 박사학위를 받아 부교수로 임용될경우 정년때까지 교수신분을 보장해주는 나라에서 어떻게 경쟁을 통한 교수의 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대가 전임 강사급이상 소속교수 1천1백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3%가 엄격한 교수재임용제를 통한교수평가에 대해 찬성한 것은 교수사회의 위기의식을 잘 반영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다수 교수들은 정년보장제는 외압과 내풍이 심한 우리대학이 시급히 정착시켜야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실력있는 교수들에게 안정된 연구여건을 부여하고 신분보장을 해주는 것이야말로 대학과 사회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교수정년보장 임용제를 놓고 벌어지는 우려와 논란은 제도자체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대학내부의 문제라고 해야할 것이다.

대학이 자율을 요구하면서도 자율을 누릴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한준상교수(교육학)는 『정년보장제에 관한 논란은 제도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인정주의적 풍토와 교수 개개인의 양심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교수는 『외국의 경우 정년보장을 받기위해 조교수들이 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며 『이 제도를 통해 공부 안하는 교수는 살아남을 수 없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서울교대는 지난해 12월 교수회의에서 정년보장 교원정수를 80%로 한 초안을 발표했다가 교수들이 강력하게 반발,결국 90%로 늘렸다.

교수들은 『서울대도 90%로 정했는데 우리만 80%냐』는 등의 논리로 투표를 통해 만장일치로 90%로 정했다.

서울시립대·L 모 교수는 『정년보장 정수를 배정정원중 80%로만 정해도 조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는 실정에서 60∼70%로 낮추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이 제도의 생명이 엄격한 정년보장 심사라는 점에서 현재의 승진심사 관행은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홍익대가 최근 교수승진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교원연구실적 평가기준 개선안」을 발표하자 각 대학이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교수사회의 기득권에 대한 보수적 경향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재임용제 계속 바라

홍익대는 승진소요 기간안에 내용이나 수준에 관계없이 2백%의 연구실적을 제출하면 승진이 보장되는 현행 「대학교원 인사관리 지침」이 너무 형식적이라고 판단,연구실적 제출을 4백%로 늘리고 연구의 객관적 성과에 따라 차등점수를 매겨 승진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대해 각 대학은 『취지는 좋으나 우리 여건상 무리』라든가 『연구여건을 활성화 시키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립대 K모 교수는 『홍익대를 본받고 싶지만 그런 식으로 교수들을 자극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C대 S모 교수는 『교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철저한 논문심사일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논문심사를 하면서 「외부」 학술지에 논문 1편 게재라는 규정을 삽입하기라도 하면 각 대학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년보장제를 둘러싼 문제점은 현실적인 대학의 여건과 교수자신의 연구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대부분의 교수들은 지적한다.

사립대의 경우 연세대 등 일부대학만이 정교수만을 정년보장한 반면 나머지 대학들은 재단측의 전횡이 우려되는 재임용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런 관행때문에 대부분의 교수들은 교수정년제를 실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서강대 최창섭교수(신문방송)는 『우리나라 대학풍토에서 정년보장이 될 경우 학문적 성과없이 자리만을 지키는 안주현상이 더욱 뿌리깊게 자리잡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명지대 김위현 교무처장은 『아직까지 정년보장제는 시기상조』라며 『심사를 엄격히 적용하고 외풍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재임용제가 더욱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는 신분보장 보다는 연구강화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대 L모 교수는 『교수들이 공부안하는 것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정년보장제는 집단 이기주의적 경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태한 자세 탈피를

L교수는 『앞으로 승진심사 기준을 대폭강화해 학회의 전문분야 교수의 협조로 논문심사를 실질적으로 실시,인사에 반영하는 것이 학교를 공부하는 분위기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권숙일 자연과학대학장은 『정년보장제는 대학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나 정 교수들도 경쟁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자극을 주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며 『서울대는 오는 2001년에는 교수 1인당 국제정기학술지 게재논문수를 현재(0.85편)의 3∼4배 수준인 3편으로 강화,이를 지키지 않으면 승진과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학계에서 일고 있는 종신임용제(Tenure)에 대한 우려는 우리 대학인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종신임용제는 누구에게도 책임지게 하지 않고 나태를 가져오며,의욕을 상실케 하는 등 부정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무능한 종신교수제는 유능한 소장교수들에게 승진기회를 박탈하는,기성세대만을 위한 불공평한 제도이다.

◎능력·자격 철저조사… 탈락땐 강단 떠나야/하버드대 정년보장 교수 58%… 평균연령도 55세/미국대학의 경우

교수의 질을 결정짓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교수채용 제도야말로 유능하고 사명감 높은 양질의 교수요원을 확보하는 관건이다.

외국의 교수임용제도중 특히 미국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교수임용제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

미국의 주립대학의 경우 대학이나 해당학과에서 교수를 채용한다.

연방정부는 70년대 초반이후 고용에 있어 평등정책을 시행,소수민족과 여성을 일정수준까지 고용해야 한다는 원칙만을 제시하고 주정부가 예산의 대부분을 조달해왔다.

대학이사회나 평의회는 교수채용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사립대학은 예산형편에 따라 교수를 채용하고 있는데 임용결정은 주립대학과 같이 대학이나 학과에서 한다.

모집과정은 완전히 공개돼 있으며 주요 일간지 교육면에 일정기간 모집공고를 낸다.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교수와 부교수는 정년보장직이며 조교수 또는 강사는 계약제 교원으로 계약기간은 1∼3년이며 최장 7년까지 재계약할 수 있다.

조교수로 6년 근무하고 엄격한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하면 재계약을 하지못해 강단을 떠나지 않으면 안된다.

승진과 정년보장 임용은 교수의 교육·연구 및 봉사실적의 평가결과에 대해 학과교수의 투표를 거쳐 총장의 승인을 받아 결정된다.

하버드대학 문리과 대학의 경우 정년보장직 교수의 정수는 58%이며 이들의 평균연령은 55세다.

조교수중 정년보장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고 1년간의 기간을 거쳐 선발한다.

대학은 정년보장직 임용을 하기위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모집공고를 통해 지원한 지원자중 5∼6배 수를 선정,엄격한 학과심사를 거쳐 정년보장심사위원회 상신여부를 결정한다.

대학총장과 학장,학외 해당분야 전문가 3명,학내 유사학과 교수 2명으로 구성된 정년보장심사위원회는 재심을 거쳐 추천될 후보자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서 총·학장은 후보자의 경력,학문적 업적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데 주요심사 기준은 ▲하버드대학의 정년보장직 교수가 될만큼 능력이 있는가 ▲신임교수 보충에 대한 학과 교수진의 의견이 긍정적인가 ▲인격적으로 훌륭한가 등이다.

이어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위해 긍정적인 증인교수와 부정적인 증인교수 4명씩의 찬반의견 진술을 듣는다.

정년보장심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증언내용과 평가결과의 신빙성에 대해 의견을 검토하는데 이때 위원장인 총장은 심사위원 개개인의 최종 의견을 개별적으로 청취,단독으로 정년보장 교수를 결정한다.

총장은 대개의 경우 위원회의 평가를 존중하지만 다수의견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결정할 권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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