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상오 민주당 「군부재자투표 진상조사단」의 방문을 앞두고 국방부 주변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야당측의 공세 내용도 문제려니와 이 조사단에는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나병선 전 6군단장·장준익 전 육사교장 등 쟁쟁한 예비역장성이 포함된 때문이었다.
상오 10시 정각에 국방부 청사에 들어선 3예비역 장성들은 어딘지 어색하고 주춤거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들을 보는 현역 후배장교들의 눈길은 별로 고와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장관실로 올라가는 이들의 등 뒤에서는 『선배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책임을 후배들이 다 덮어쓰고 있는 것 아니냐』 『후배들의 눈이 무섭지도 않느냐』는 등 반감섞인 언사까지 튀어나왔다.
장관과 한시간 가량의 비공개면담을 마친 조사단은 기자실로 내려와 면담내용을 공개했다.
육사8기로 가장 선배인 강씨가 먼저 말문을 열어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져가는 시점에서 12·12 주도세력으로 「하나회」의 핵심인 최 장관이 취임한후 이번 사건이 터진데 대해 의견을 물었으나 묵묵부답 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나씨는 『국방부 사람들은 조사단을 면담이나 하러온 것으로 생각,적극적인 의혹해소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이 부정의혹을 공박하고 국방부측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동안 후배장교들은 굳은 표정으로 둘러서서 지켜보았다.
이날 방문은 『국민들의 지적을 전혀 받아들일 태세가 돼있지 않다』는 예비역들의 불만과 『모두가 자신들이 있을때는 공정한 선거였다고 한다』는 현역들의 빈정거림에서 드러난 상반된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끝났다.
야당의원 당선자인 예비역 장성들을 맞아 국방부를 비롯한 군이 앞으로 넘고 정리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한 것 정도가 이날 만남의 수확으로 보였다.<안재현기자>안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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