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공장 3개 묶어 가격경쟁력 25% 상승고합그룹 울산공장에서는 사람구경 하기가 어렵다. 고려합섬 고려석유화학 고려종합화학 등 3개 공장이 한울타리안에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른바 구조재구축 공장은 이때까지 보아온 공장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5만2천평의 부지에 석유화학 합성수지 합성섬유공장과 부속건물들이 산재해 있으나 공장이 가동하면서 내는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릴뿐 사람이 근무하는 공장같지가 않다. 사무동을 제외하곤 어느 공장을 둘러봐도 컴퓨터제어실에 한두명의 직원이 있을 뿐 기름때묻은 근로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공장의 배치와 물류망이 애초에 사람의 손이 안가도록 돼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정을 로봇 무인운반차 컴퓨터제어 컨베이어벨트 등이 맡아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에이징 룸(Aging Room)에 들어가보면 이질적인 3개 공장이 들어서 있으면서도 근무인원이 1백80명밖에 안되는 이유를 알수있다.
기존방식의 공장일 경우 근무인원이 8백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게 회사측 설명. 나일론실은 생산된후 적정온도에서 15일정도 지나야 제품질이 나오는데 에이징 룸이 바로 나일론실이 숙성되는 곳.
인근 석유화학단지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료를 공급받아 고려종합화학에서 파라크실렌(PX)을 생산,고려석유화학으로 보내면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고순도 페레프탈산(PTA)을 만들고 이것으로 고려합섬이 실을 뽑아낸다. 이 실은 로봇 무인운반차 컨베이어벨트를 거쳐 크기별 용도별로 자동분류돼 에이징 룸에 도착한다.
에이징 룸은 격자모양의 칸이 4층 높이로 8개 줄로 늘어서 있는데 천장에 매달린 오토크레인이 4개줄씩 맡아 도착한 실판을 적당한 장소에 집어넣는다. 실의 종류가 32가지나 되지만 오토크레인은 어떤 실이 어느칸에 보관돼 있는지 모두 기억,15일이 지난 것만 골라 출하까지 한다. 이같은 복잡한 과정에서 사람의 손은 전혀 필요없다. 사람은 오직 감시자역할만 할 뿐이다.
고합그룹은 울산공장의 사업구조재구축 프로젝트를 89년부터 추진,모두 2천2백39억원을 들여 지난해 9월 1단계사업을 마무리지었다. 이 공장은 여러가지 면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차세대공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질적인 3개 공장이 한울타리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도 그렇고 물류망이 파이프라인화,운반과정에서 생기는 품질저하를 막으면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한 것도 엄청난 경쟁력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각종 설비의 컴퓨터 제어방식 자동화와 공정의 혁신 등으로 성에너지화,성인력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제직업체에서 담당하던 실에 풀먹이는 과정을 공정개혁으로 생략하고 초고속 직기를 개발,보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고합측이 밝히는 울산공장의 효과를 보면 이 공장이 얼마나 앞선 공장인가 실감케 된다. 3개 공장을 집결시킴으로써 모두 5백95억원의 투자비가 절감되었고 물류합리화로 연간 1백99억원,폐에너지 활용으로 44억원,인력을 기존공장의 6분의1 수준으로 줄임에 따른 인건비 절감액이 77억원에 달하는 등 연간 3백93억원의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원사와 직물의 가격경쟁력이 25% 이상 상승,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 이상운사장은 『고임금을 극복하면서 고품질을 생산,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경영전략에 따라 울산 구조재구축공장의 건설을 추진했다』고 밝히고 『물류합리화 공정개혁 자동화 성에너지화 등에 따른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분을 중소기업도 공유,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공생적인 관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강조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같은 구조재구축에 니서지 않는 한 세계기업과의 경쟁에서 낙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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