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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수리사 진교종씨(이런 직업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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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수리사 진교종씨(이런 직업 아시나요)

입력
1992.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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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분신”… 전국 「총잡이」의 반려/사격대표등 감각차이 훤히 통달/선수들도 “박사”호칭 믿음 절대적/고교때 총과 인연… 국제대회 입상경력도전국의 「총잡이」들 치고 진교종씨(37)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가대표 사격선수들서부터 일반 수렵사에 이르기까지 총을 쏘다 손맛이 떨어지면 곧바로 진씨를 찾아와 총수리를 맡긴다.

태릉국제사격장 10m 사격라인 바로 뒤쪽에서 총기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진씨는 총을 「제대로」 손볼줄 아는 국내 유일의 총기수리사로 인정받고 있다.

총은 비교적 단순한 부속품으로 구성돼있는 「기계」의 한종류임에는 틀림없지만 총기의 수리는 일반 기계류 수리와는 근본적으로 그 의미가 다르다.

물론 나사를 조이고 깨어지거나 손상된 부분은 교체하고 스프링의 강도를 적당하게 잡아주는 등의 기계적 작업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 단순과정을 「감각」에 철저하게 의존한다는 점이 다르다. 명사수가 총을 쏘는 순간만은 총을 도구가 아닌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듯이 진씨도 『총을 수리하는 동안은 완전히 하나가 된다』는 경지에 도달해있다. 그래야만 미세한 공기의 떨림도 감지해내는 사수의 감각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레이 경기는 조준시간이 극히 짧은 경기이므로 개머리판의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금이 가는 등 파손된 개머리판을 교체할때는 이때문에 일반인이 느낄 수 없는 종이한장의 중량차이에도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같은 총이라 하더라도 조립상태나 나사의 조임강도에 따라 총기전체의 무게중심이 미묘하게 이동하고 방아쇠 스프링의 미세한 이완은 사격전후에 손끝에 오는 감각을 달라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며 공기총에 넣은 공기압력의 변화는 곧바로 반동감각과 연결된다.

아예 작동이 되지않는 고장난 총을 수리하는 일은 오히려 간단하다. 진씨가 주로 하는 일은 이같이 명사수들이 원하는 총의 감각을 정교하게 맞추어주는 것이다.

진씨의 손끝에는 국내 사격선수들의 예민한 감각차이가 정확하게 입력돼 있어 이들이 『뭔가 손에 어색하다』고 가져온 총을 어김없이 만족하게 만져준다.

진씨가 이정도 귀신같은 감각을 지니게된데는 그 자신이 바로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인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72년 단국공고 재학시절 사격반에 들어 처음 총과 인연을 맺었던 진씨는 군복무때 사격실력이 눈에 띄어 육군사격지도단에 발탁되면서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사병에서 장기하사를 지원,군복무기간을 연장하면서 사격연습에 몰두했던 진씨는 25m 센터 파이어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 79년에는 미국제군인 사격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선수생활 동안 자신의 총을 한번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고쳐온 진씨는 더이상 기록향상이 없고 마침 사격지도단의 총기수리사가 퇴역하자 주저없이 선수생활을 청산하고 진로를 바꿨다.

타고난 손재주와 감각이 뛰어나지만 선진기술도 부지런히 익혀 86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육군보병학교 사격지도단에서 1개월간 연수를 받았으며 88년과 89년에는 두차례에 걸쳐 서독을 방문,경기용총 생산회사에서 새로운 총기들의 작동을 직접 만져보면서 익혔다.

진씨는 친구인 트랩종목 국가대표선수 변경수씨(36)로부터 『좋은 기술의 혜택을 군선수들에게만 누리게 하는 것은 한국사격의 발전을 막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지난해 준위로 퇴역한뒤 변씨와 함께 현재의 총기수리센터를 차렸다.

진씨의 수리센터는 언제나 선수손님들로 만원이다. 선수들은 진씨가 나누어준 번호표를 들고 병원에서 진료를 대기중인 환자들처럼 차례를 기다린다. 진씨는 부품이 부족해 망가진 기존부품을 적당히 고쳐 응급조치만 해줄때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선수들은 진씨를 「박사님」이라고 부른다. 진씨의 손만 거치면 총은 완벽해지고 따라서 제기록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사실 찾아오는 선수들이 고장이라며 내미는 총중에는 정상인 것도 많다. 이럴때면 진씨는 선수들에게 볼일을 보고 오라고 내보낸뒤 기름칠 정도만 해놓는다. 선수들은 이 총을 찾아가면서 믿음도 함께 가져가 좋은 성적을 낸다. 진씨는 이런 고장을 「신경성 고장」이라고 부른다.

선수들의 진씨에 대한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지난 2월에는 국가대표선수들이 독일회사에서 총기 10정을 골라오도록 진씨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총도 더 나은 것이 있으며 그런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진씨밖에 없기 때문이었다.<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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