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계출신 온건파… 현 강성내각서 소외 불만/야 노동당과 합류땐 6월총선 큰 변수 가능성이스라엘의 초강성 리쿠드당 내각에서 외롭게 온건노선을 표방해온 다비드 레비 외무장관(54)이 29일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의 전격적인 사임발표는 오는 6월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 정국뿐만 아니라 중동정세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레비 장관이 사임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이스라엘 유대인들 사이에 잠재해온 일종의 「지역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한다.
모로코 태생인 레비 장관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 출신들로 구성된 이른바 「동방유대인」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폴란드 및 독일 등 유럽계 유대인이 주도하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하층계급을 이루고 있다.
이스라엘 사회의 불평등한 계층구조는 집권 리쿠드당내 권력분포에도 반영돼 샤미르 총리 등 지도부 대다수가 유럽계 유대인이다. 동방유대인으로 온건노선을 대변해온 레비 장관은 이처럼 유럽출신 일색인 초강경 내각에서 그동안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왔다.
냉대를 받아오던 레비 장관은 6월 총선에 대비해 올초에 실시됐던 당내 후보자 선거에서 자기계파 후보들이 참패하자 리쿠드당과의 결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지지자들은 당지도부의 노골적인 방해와 차별로 동방유대계 후보들이 대거 탈락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게 신당 창당을 권고하고 있다.
레비 장관과 그의 지지자들이 이탈할 경우 현재 야당인 노동당에 간발의 리드를 지키고 있는 집권 리쿠드당이 오는 6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이 때문에 샤미르 총리는 레비 장관의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할 내달 6일의 내각회의 전까지 레비 장관의 사퇴의사 철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레비 장관이 결국 이츠하크 라빈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과 손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레비와 라빈은 러시아출신 유대인정착촌 건설을 강행함으로써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샤미르 총리의 대외정책에 강한 비판을 가해왔기 때문이다.
양자가 제휴해 6월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경우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이 강경에서 온건으로 급선회할 것은 확실하다. 때문에 서방의 중동전문가들은 레비장관의 사퇴의사 표명이 중동평화정착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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