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의 배상 차별/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의 배상 차별/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3.29 00:00
0 0

홍콩의 유력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일본이 중국에 2천억달러(약 1백5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거액의 무이자 차관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히 액수만으로도 경제대국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새삼 실감케한다.과연 그렇까. 러시아가 굶주림에 허덕일때도 「잔돈푼」밖에 주지 않던 일본이다. 갑자기 통이 커졌다.

국제외교가에서는 중국이 현재 진행중인 7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천여억달러의 대일전쟁 배상청구를 결의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배상금을 놓고 줄다리기 하기보다는 차라리 비슷한 금액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선수치기인 것이다.

중국의 반응은 느긋하기만하다. 잘하면 엄청난 배상을,못해도 천문학적 규모의 무이자 차관을 얻기 때문이다.

일본의 계산속과 중국의 만만디속에서 진행되는 중일간의 전쟁배상논쟁을 보는 우리네 심사는 편치 않다. 지난 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이 눈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무상 3억달러,유상차관 2억달러로 매듭된 대일 청구권. 피해규모·인플레율을 십분 감안해도 「5억대 2천억」은 너무 큰 차이다.

더구나 일본측이 정신대,「사할린의 한」에 대해 『65년 협정때 끝난 일』 『개별적 배상은 없다』고 발뺌하는 것과 비교하면,분노를 넘어 자괴감까지 든다.

정신대 할머니의 울음,원폭피해자의 고통,전쟁희생자 가족의 설움은 인도적 문제다. 이런 인도적 문제에서까지 우리가 홀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쟁죄과를 진실로 회개하지않는 일본의 후안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독일과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독일은 이스라엘에 국가배상을 하고서도 연방변제법을 제정,전시중 강탈한 유대인 재산 3조1백35억마르크(1조7천8백30억달러)를 개개인에게 수십년간 변제해 왔다.

그러나 일본의 무치에 책임을 전가하면서도 개운치 않은 앙금이 남는다. 그것은 3억달러 배상에도 감지덕지 하다시피했던 우리의 과오다. 우리정부는 배상액의 일부를 재원으로 71년부터 사망자 1인당 30만원과 2천억달러라는 큰 거리감속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외교와 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