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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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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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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은 사람들을 감정의 수렁속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이성보다는 감정에 휩싸여 평시같으면 능히 발휘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마비되게 마련이다」 미국의 사학자 J·H·로빈슨의 말이다. 선거전이 벌어지면 후보들과 정당들은 모두가 아전인수식으로 생각하고 행동에 눈뜬 장님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로빈슨의 말은 특히 14대 국회의원 총선결과 예측에서 엉뚱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민자당측에 딱들어 맞는 말이랄 수 있을것 같다. 전국구를 포함해 단순 과반수인 1백50석 확보에도 실패하는 결과에 그쳤건만,투표 며칠전 까지도 지역구 의석에서만도 1백50석선 확보가 무난하다며 『선거 해보나마나』라고까지 장담하는 경솔함까지 보였다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했다면 이번 총선에서 민자당이 대승할만하다고 꼽을 호재는 별로 없었다. 말이 3당통합이지,국민들의 눈에는 억지춘향의 한지붕 3가족으로 비쳤다. 엄청난 원내다수의석에도 불구하고 정치안정은 커녕 정치불안만 연출했다. 계파싸움,대권싸움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는 정말 목불인견이었음을 혐오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지역구 공천과 전국구 후보인선 또한 패인을 가중시켰을 뿐이었다. 거센 「정주영 바람」도 돈많은 한 노인의 노망기로 가볍게 봐넘긴 것부터가 치명타를 자초한 경솔과 자만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뚜껑을 열기전에는 「귀신도 모른다」는 선거를 자기편 위주로 예측하고 자위하다가 큰코를 다친 2·12총선때의 5공과 여러모로 닮은꼴이 되었다. ◆그러나 선거에 대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자당이 총선에서는 패배을 했더라도 그것을 거울삼아 선거뒤 끝을 잘 마무리하고 흔들리는 경제를 안정시키는 통치에 힘을 모은다면 제1당의 위상을 그런대로 지켜나갈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민자당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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