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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학 한국학생들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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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학 한국학생들 “3중고”

입력
199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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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비싼 학비·높은 물가·짠 장학금에 일부는 아예 공부 포기한채 「돈벌이」나서/책값 너무 엄청 미 직접가서 구입해 오기도【런던=원인성특파원】 최근들어 영국의 대학들이 한국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영국을 유학대상 국가로 택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으나 비싼학비와 높은 물가때문에 기존의 한국유학생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현재 영국의 한국유학생은 약 7백명선으로 해마다 10∼15%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다 대처정권 아래서 정부지원이 격감,재정난을 겪고 있는 영국대학들은 외국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 유학생수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미국에 편중됐던 유학이 영국 등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현상은 학문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미국일변도의 학풍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을 유학대상으로 택할 경우 학비가 비싼데다 생활비 또한 미국의 2배 가까이 드는 등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영국 대학의 학비는 대학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인문계가 연간 5천파운드(약6백75만원) 정도이고 자연계는 2천파운드 가량 더 든다. 영국 대학들은 자국학생이나 유럽공동체(EC),영연방 국가 학생들에게는 2천파운드(약2백70만원) 가량의 학비를 받고 있어 그밖의 외국학생들은 2배 이상의 학비를 내야하는 불리한 실정이다.

게다가 장학금 혜택도 많지 않은 편이다. 영국 외무부나 영국문화원 등에서 약간씩을 지급하고는 있으나 학비만 일부 보조하는 정도이다. 특히 영국 외무부는 올들어 예산 감축을 이유로 장학금을 연간 5천5백파운드에서 3천5백파운드로 예고없이 줄여 이를 기대하고 유학온 한국학생들이 낭패를 겪기도 했다.

학비보다 유학생들에게 더욱 큰 문제는 물가고이다. 뉴캐슬 등 북부의 일부지역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런던과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한국학생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물가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런던대학의 한 기혼유학생은 두 가족이 생활하려면 학비를 제외하고도 최소한 월 1천파운드(1백35만원)는 든다고 밝혔다. 런던 교외에 집을 구해도 방과 주방이 붙어있는 단칸 아파트가 월세 4백파운드 정도이고 전철 통학권이 약 1백파운드,식비 및 책과 자료구입비,약간의 용돈,인두세와 공과금 등을 합치면 1천파운드로 최소한의 생활을 꾸려가기도 벅차다는 것이다.

이 대학의 기숙사에 입주한 한 독신 유학생도 연간 기숙사비 3천파운드와 점심값,교통비,책값등과 학비를 합치면 연간 1천5백만원으로도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그는 책값이 미국의 거의 두배나 되는데다 복사비도 한장에 2백70원이나 하기 때문에 얼마전 미국에 가서 필요한 책을 모두 구하고 자료들을 복사해왔는데 항공료를 포함해도 더 싸게 들었다.

이처럼 유학에 필요한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때문에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상당수의 학생들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그래도 힘겨운 상태여서 개중에는 아예 공부를 쉬고 학비 마련에 전념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유학생들은 이러한 실정을 알았더라면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을 택했을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이들은 영국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사전에 학비와 생활비,장학금관계 등을 정확하게 조사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며 막연하게 어떻게 되리라는 생각을 가졌다가는 학업을 계속해 나가기도 어려운게 영국의 실정이라고 충고했다. 이들은 특히 영국 정부나 대학들이 한국학생들을 비즈니스의 대상으로만 파악할 게 아니라 학비를 균등한 수준으로 해주고 장학금과 기숙사 혜택을 늘리는 등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유학이 양국간의 교육과 문화교류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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