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호화판교회 자성/헌금 장학금·사회복지에 써/별 장식없지만널찍한 공간 이점도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고교 강당은 일요일이면 예배당이 된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5백여명의 교인들은 3백여평의 넓은 강당에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예배를 본다. 이 이색적인 「강당교회」가 시작된 것은 지난 1월초부터.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남서울교회(담임목사 홍정길)는 3천여명의 교인을 가진 대규모 교회지만 늘어나는 신자를 감당하지못해 새 교회가 필요했다. 그러나 교회가 엄청안 돈을 들여 호화로운 예배당을 짓는데만 급급한 기독교계의 현실을 자성,일요일에는 비어있는 학교강당을 이용해 교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사장과 교장이 교인인 중동고측도 강당을 교회로 이용하는데 찬성했다. 교회는 교인들의 헌금중 일부분을 이학교 학생의 장학금과 학교발전을 위해 내놓기로 했으며 교인들중 상담전문가들로 하여금 학생상담도 해주기로 했다.
또 부활주일인 4월셋째 일요일에는 이학교 교사들을 격려하는 위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교회 고학봉집사(50)는 『많은 헌금이 교회를 키우는데 쓰여 평신자들의 불만과 부담이 쌓여왔다』며 『이처럼 효율적으로 학교시설을 이용해 예배를 보고 학교에 도움을 줄수 있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강당교회는 워낙 넓어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교회가 장소가 비좁아 따로 예배를 드리는 바람에 어린이들의 경건한 예배습관을 길러주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자 김모씨(35)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썰렁한 강당이지만 어떤 장소든 교인이 모이면 교회가 된다는 가르침을 절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교계에서 꼭 호화스런 교회를 세우려 하기 보다는 이런 사회시설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서울교회는 이 강당에 온풍기 6대와 커튼을 새로 설치했으며 5인용 나무의자 2백여개도 마련했다. 이 의자들은 평상시의 강연회 등에 학생들이 이용한다.
지난 75년 세워진 이 교회는 태국 등 10여개국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등 활발한 선교활동을 펴고 있으며 봉사위원회 등 소규모위원회를 통해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돕고있다.
이 교회는 새교회당을 짓는 대신 강당을 활용해 절약한 돈으로 사회봉사활동과 선교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홍정길 담임목사는 『강당교회는 숙명여고(믿음의 집 교회)와 한영고(영동교회) 등에서도 열리고 있는 등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며 『이같은 시도가 건물을 짓는 것이 교회의 임무처럼 돼있는 우리교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모든 교회가 예산의 50%만 사회를 위해 쓰면 이땅에서 어두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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