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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로 「대입의 꿈」 다진다(화제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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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로 「대입의 꿈」 다진다(화제추적)

입력
199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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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종로학원」 정규과목으로 채택/「정예반」 34명 새벽에 1시간/정신집중·자신감 회복 효과/사범 임씨 시국사건 옥살이중 24반무예 익혀지난 대학입시에서 실패한 재수생들은 올 한해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위해 부단한 자기와의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학습실력을 한층 배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면부족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함께 정신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시국사건으로 쌍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광주의 한 전통무예가가 감옥에서 익힌 전통무예를 수험생들의 건강과 극기를 기르는데 활용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 상오 6시30분 전남 나주군 노안면 천주교 노안성당 야영장에서는 전통무예가 임동규씨(54)의 구령에 따라 운동복차림의 수험생 34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죽봉을 휘두르며 새벽을 열고 있었다.

광주 종로학원 소수정예반원생들인 이들은 1년동안 합숙체제로 운영되는 이학원 교과과정의 첫 코스로서 3박4일간의 야외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있는 것.

이들은 죽봉끝에 자기목표를 일치시킨 채 내공을 모아 허공을 힘차게 가르며 대학진학좌절에 따른 그동안의 좌절감을 말끔히 씻어냈다.

1백30㎝ 정도의 죽봉을 찌르고 내리치고 회전시키는 동작을 되풀이 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가고 있었다.

구재중군(19)은 『온정신을 집중해 죽봉을 휘두르고 나면 상쾌한 기분에 각오가 새로워진다』며 『전기대 입시 좌절후 주눅이 들어 학습의욕이 없었으나 봉을 쥐면서부터 올 입시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줄에 선 여학생 4명도 동작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남학생 못지않은 기세로 죽봉을 휘둘렀다.

김미영양(19)은 『남학생들과 같은 속도로 운동장을 도는 것이 다소 힘에 부치지만 죽봉실습은 국민체조보다도 더 편하고 상쾌하다』며 『아침에 합격을 속으로 되뇌며 죽봉을 휘두르고 나면 하루종일 흐트러짐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3박4일간의 합숙 오리엔테이션에서 익힌 죽봉동작은 임씨가 지난 79년부터 88년까지 10년동안 수형생활을 하며 교도소안에서 복원한 전통민족무예 「24반무예」중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본국검.

임씨는 『신라 화랑들이 심신단련을 위해 익혔던 이 검법은 전후좌우로 변화가 무쌍하고 동작의 반복이 거의 없어 익히기는 어렵지만 한범 몸에 배면 더없는 자기단련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임씨는 지난 79년 이른바 통일혁명당 재건사건과 남민전사건으로 두차례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0년동안 옥살이를 한 이례적 경력의 소유자.

광주일고 서울상대 출신인 임씨는 60년대 농촌·노동운동 등 사회변혁운동가로 활동하다 지난 79년 3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총간사로 있을때 통혁당재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잇달아 터진 남민전사건 조사과정에서 부두목으로 지목돼 또다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쌍무기수가 되었던 것.

임씨가 전통민족무예인 24반무예의 복원에 나선 것은 남민전사건 1심재판이 끝난후 1.75평 크기의 서울구치소 독방안에서였다.

1심재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돼 사형이 선고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시자 『언젠가는 사회에 복귀할 때를 대비해 체력단련을 해야한다』고 느꼈고 『기왕이면 우리전통무예를 익히자』고 결심했다. 이때부터 지난 75년 어떤 인연으로 안씨 집안의 가전비법을 가르치는 정도술장을 드나들며 구해두었던 무예도보통지라는 24반무예가 수록된 책자를 반입받아 탐독과 수련에 몰두했다.

무예도보통지는 임진왜란 이후 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조의 명에 따라 박제가등이 고구려등의 무예를 망라해 장창 본국검 월도 등 24가지 무기의 사용법을 집대성한 민족무예의 고전.

고구려에서 유래한 전통무예의 명맥이 끊어진데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임씨는 이 책자의 삽화와 설명을 토대로 동작을 반복하며 24가지 무기사용법을 하나씩 재현해갔다.

스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짧은 한문실력으로 순한문교본을 독해하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았으나 꿈속에서도 동작이 떠오를 정도로 반복수련을 하다보니 동작 한가지마다 공준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난관은 24반무예는 말 그대로 24가지 무기가 필요하지만 감옥안에 있다보니 무예를 할 무기를 전혀 구할 수 없었던 점.

『처음에는 방빗자루를 사용하다 대빗자루로 옮겼고 나중 대전교도소로 이감됐을 때엔 교도소마당의 해바라기대나 수양버들가지를 꺾어 무기대용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그의 열성이 알려지면서 수감자들과 교도관들로부터 「빗자루도사」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서울구치소 수감때는 한 교도관이 긴 목검을 구해주는 파격대우를 받기도 했다.

또 대전교도소 수감시절에는 운동시간을 활용,30여명의 대학생수감자들에게 24반무예를 3개월동안 가르쳐 「민족 최고의 양심과 무예를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칭호를 들었다.

특히 사상범에게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집필허가를 받아 하루 10시간이상 연구에 몰두한 결과,전통무예에 대한 이론을 체계화한 초고를 작성,특별영치해 두었다가 출감후 「한국의 전통무예」「무예사연구」라는 두권의 저서를 펴냈다.

임씨는 88년 12월 가석방으로 출감후 민족무예를 보존 전수해야한다는 신념에서 고구려시대 무예교육기관이었던 경당의 명칭을 따 광주 월산동에 「민족무예도장 경당」을 열어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우리민족을 외래침입자로부터 지켜온 전통무예가 현대에서 외국스포츠에 밀려 빛이 바래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임씨는 『무예수련은 고도의 동적균형상태에 이르게 함으로써 불요불굴의 강인함과 침착한 정신력을 갖게해 준다』고 밝혔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품과 쓰레기의 중간지대에 있는 교도소 식생활을 10년 동안 하고서도 사회인 이상의 건강을 유지한 채 출소할 수 있었던 것도 부단한 24반무예 수련덕분이라는 것.

임씨는 『이번에 전통무예를 수련하는 학생들은 정신이 집중된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임씨는 광주 종로학원측이 전통무예수련을 소수정예반 정규교과로 정함에 따라 매일 상오 6시부터 1시간동안 학원 기숙사운동장에서 수험생들에게 단전호흡과 함께 24반무예를 지도할 계획이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무예수련을 수강생들에게 시도한 이학원 이사장 박준영씨(46)는 『오리엔테이션결과 수강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며 『합숙하는 소수정예반생외에도 일반수강생들에게도 점심시간을 이용,전통무예를 익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나주=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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