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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정치/황영식 총선취재반(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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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정치/황영식 총선취재반(기자의 눈)

입력
199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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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운명을 좌우할 중대대사라는 14대 총선은 이틀만 있으면 끝나겠지만 우리정치는 계속 험한 길을 가야할 것같다.민주주의 축제라는 선거이후가 걱정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선거가 쟁점의 응어리를 푸는게 아니라 이를 재확인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지역간·계층간·세대간 갈등이 선거이후라서 크게 개선될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특히 지지지역을 기반으로 한 「바람정치」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이같은 우려는 여야 지도부가 전국을 누비며 애써 풀무질했던 「바람」의 상처가 두고두고 우리 정치문화를 왜곡시키는 병인으로 남을 것이라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선거가 독재와 반독재,폭압과 항거 등 2분법적으로 뚜렷한 가치대결의 구도를 가질때 규격을 깨고자하는 바람은 희망과 기대,그리고 애틋한 하소연을 실어 나른다. 그러나 뚜렷한 가치대결의 대칭축을 갖지못한 상황에서 억지로 들쑤셔 인위적으로 일궈낸 바람은 역한 냄새를 풍긴다.

여당 대표가 세력 근거지에서 역한 바람을 일군 며칠후 야당 대표의 근거지 순방은 맞바람 일구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발디딜 틈없이 몰려든 구리빛 얼굴의 농부들과 아이를 들쳐업은 주부들은 「지도자」의 도착을 한시간 이상이나 무척이도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이 목말라 했던 지도자는 『여러분의 이익을 위하는 사람이면 고향이 경상도든 충청도든 무슨 상관이냐』는 의외의 소리를 던졌다. 앞쪽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진 반면 뒤쪽에서는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왜 다른 지역 사람처럼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지 않느냐』는 웅성거림이 있었다.

4년전 정치 지도자들이 구축해 놓은 지역정서가 너무도 뿌리깊이 자리잡아 아무리 노력해도 단기간 치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 새삼 피부에 와 닿았다.

우리는 「바람(풍)의 정치」를 「바람(풍)의 정치」로 바꿔야만 하고 이는 우리의 잘못된 정치문화가 남긴 부의 유산척결과 직결된다.

부디 이번 선거가 마지막 「바람선거」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선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더 실감나는게 바로 이번 선거가 준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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