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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유권자가 해내라/정달영(14대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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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유권자가 해내라/정달영(14대 길목에서)

입력
199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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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투표참여로 「변화」의 의지 보이자해제반도 끝에 지도가 있다. 무안 땅 해제에서 짧게 연륙된 지도는 도서군인 신안의 무수한 섬들가운데 하나다.

신안이라면 민주당 김대중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하오 김 대표는 신안군 지도읍에서 열린 이 지역 민주당후보의 정당연설회를 지원하러 잠시 고향땅을 밟았다. 목포에서 2만군중 집회를 끝내고 바로 달려온 길이다. 이른바 「DJ정서」라고 할 특유의 분위기가 이곳 명산인 낙지발처럼 끈끈하고 질긴 고장에서,그는 주민들의 찬탄과 환호와 열광에 쉽게 파묻혔다.

○고향찾아간 DJ

아침 10시에 이웃 임자도를 떠나 4시간반을 기다린 끝에 김 대표의 얼굴을 본다는 한 40대 여인은 『속이 다 시원해진다』며 함박웃음이다. 『해 넘어간 뒤에 온다했어도 기다렸을 것』이라고,지도주민인 한 60대 노인은 말한다. 『그의 연설은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연설회장의 청중들은 거의 점심을 걸렀다. 연설회는 당초 11시로 예고되었으나 김 대표는 하오 2시반이나 되어서야 도착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렇게 늦춰진 일정을 따라 전남의 몇곳을 더 강행군했다. 그는 광주에서 갖기로 했던 대규모 유세를 왜 취소했는지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설명했다. 광주유세 취소는,특히 광주시민들에게 다양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신안이나 목포는 물론이고 전남북 전역에서 민주당후보들이 전반적으로 우세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우세가 13대때처럼 「절대적」이냐는데는 일제히 회의적이다. 투표를 사흘 앞둔 현지 신문들의 제목에 「안개판도」로 꼽힌 지역이 광주­전남에만 4∼5곳이나 되는 것을 볼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의미있는 「변화」이다.

광주 동구에 시민후보를 내세운 「시민」들의 의견은 그러한 변화의 한 극단일듯 하다. 『민주당과 김대중대표에게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맹목적인 추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적대시 해선 안된다』는 논리이다.

특히 『말끝마다 김대중선생이나 들먹이고 김대중선생의 유세에나 의지하려는 작태를 보이는 후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김대중대표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시대로부터 헤아리면 놀라운 상황 전환이다.

같은날 민자당의 이종찬의원은 전남의 담양과 전북 여러지역에서 민자당후보 지원유세를 벌였다. 이 유세에서 많은 청중을 동원한 것,그 청중의 환호를 받은 한 후보자가 『이제는 나의 당선이 확실해졌다』고 큰소리친 것은 역시 변화의 단면이다.

○지식인참여 한계

큰소리 친 대로 그 여당후보가 「당선」이 될것인지는 전혀 불확실한 일에 속한다. 「시민후보」에 대해서도,관심은 반드시 당선여부에 있지않을 것이다. 또한 「안개판도」로 헤아려지고 있는 지역들에서 과연 비민주당이 호남 교두보를 마련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반되는 이견이 있다. 당선자 기준으로는 13대 총선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신문보도들은 부산·경남북에서 「민주당 무석」이 될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리고 있다. 지역당 또는 지역화 구도가 콘크리트처럼 더 굳어지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이런 정치판에서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광주의 시민후보는 만약에 그것이 실패로 끝날경우 「지식인 참여」의 한계를 드러내는 꼴이 된다. 「맹목적인 추종은 할수 없다」고 한 용감한 선언은 선언만으로 끝나고,선언에 나섰던 재야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절감하게 될것이다.

○「판」을 흔들어야

14대총선 투표일이 이제 이틀 남았다. 정치개혁을 위한 준비로는 그리 적게 남은 시간도 아니다.

개혁의 첫 단계는 「변화」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누가 변화를 시행하는가.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젊은 유권자들이 주역이다. 유권자의 절대다수인 20∼30대가 적극적인 투표로써 변화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 고목껍질처럼 굳어버린 정치판에 흠집을 내야한다. 「판」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젊은이들만이 「판」을 흔들 수 있다.

말장난으로 끝나는 정치는 용서할 수 없다. 젊은 유권자들이 나서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도록 하자. 기성 정치판에 매운 맛을 보여줄 수 있게하자.<편집이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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