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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추천·감정 「소믈리에」서한정씨(이런직업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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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추천·감정 「소믈리에」서한정씨(이런직업 아시나요)

입력
199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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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감각 쏟는 「와인예술가」/다양한 요리 맞춰 앙상블 추천/독주·커피·담배는 직업상 금기로/콜·사마란치 등 접대귀빈 수두룩술의 여왕 와인은 그 종류만큼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어떤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인가」란 물음은 우문이다. 「좋은 와인」은 음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 폼므롤지방에서 생산되는 「페트리스」나 「샤토 라피트 로트쉴드」「샤토 마고」처럼 우뚝한 명성의 와인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도 역시 취향나름이다.

호텔신라 불란서식당 「라 콘티넨탈」식음과장 서한정씨(49)는 와인감식에 관한한 국내 제1의 감각을 지닌 「소믈리에」(Sommelier)이다.

원래 소믈리에란 식료품 보관사나 술나르는 급사정도의 의미를 가진 명칭이나 현재는 감정과 추천,관리,판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와인의 모든 것에 정통한 사람을 지칭해 쓰이고 있다.

서씨의 일은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손님이 주문한 식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정해 추천하는 일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일은 그러나 실제로는 와인만큼 까다로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알고있듯이 고기와 생선요리에 따라 크게 적·백 포도주로 나누지만 같은 고기요리라 하더라도 육질과 부위 소스에 따라 어울리는 포도주가 다르다.

예를 들어 로스트비프는 육질이 치밀하고 소스맛이 강하기 때문에 적포도주 중에서도 맛이 섬세하면서 무거운 「마고」가 적합하고 스테이크 요리 경우에는 단단하고 거친 고기질에 맞게 강한맛이 나는 「보르고뉴」가 어울린다는 식이다.

고기를 익힌 정도는 와인종류와 별다른 관계가 없다.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가 있으므로 약간 떫은 맛이 있는 「포약」이 어울린다. 타닌성분이 냄새를 중화시켜줄뿐 아니라 기름기까지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생선요리와 함께 먹는 화이트 와인은 고기종류보다는 어떤 소스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진한 소스는 그에 맞춰 「프이퓌세」같은 강한 맛의 와인이,약한 소스에는 「프이퓌메」나 「샹세르」같은 부드러운 와인이 좋다.

핑크빛의 로제와인은 화이트와 레드의 중간성질이어서 고기와 생선 어디에나 먹을 수 있다.

식사에 따른 와인의 추천과 선택이 끝나면 진짜 「실력」이 필요한 감정작업에 들어간다.

와인의 감정은 마실 때와 마찬가지로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를 맡고 혀로 맛을 보며 몸으로 느끼는 순서를 밟는다. 한마디로 온몸의 감각이 총동원 되는 총체적 작업이다.

서씨는 와인의 색깔과 탁도만 보고도 이상여부를 가려낸다. 와인 본래의 앙금과 산화로 생겨난 찌꺼기도 대번에 구별해낸다.

향기를 맡은 섬세한 후각이 소믈리에의 실력을 가늠하는 우선조건이다. 서씨는 한 포도주를 놓고도 『포도 원래의 향기와 숙성중 생긴 향을 분리해 맡을 수 있고 그 복잡하고도 미묘한 특성을 일일이 가려 맡을 수 있어야 원숙한 소믈리에』라고 말한다.

향을 맡아본 다음에는 살짝 머금어 입안을 적신뒤 입으로 숨을 들이쉬면서 맛을 본다. 좋은 와인은 향기도 오밀조밀 짜임새가 있지만 맛도 모나지 않고 중심이 서있다. 또 몸 전체로 향기가 은은히 퍼져나가는 느낌을 준다.

소믈리에에게는 독한 술과 진한 커피,담배가 금물이다. 정확한 감정을 그르치는 악재들이기 때문이다. 서씨 역시 이 3가지는 입에 대지 않는다.

서씨는 62년 순천사범을 졸업한뒤 안정된 교직을 버리고 뭔가 색다른 일을 찾아 70년 온양 관광호텔에 웨이터로 취직,술과 칵테일을 배웠다.

서울앰배서더호텔을 거쳐 플라자호텔에서 처음 소믈리에 일을 시작한 서씨는 워낙 이분야가 불모지이기 때문에 원서를 구해보고 자주 찾는 프랑스 손님들에게 물어가며 와인의 세계를 익혔다.

소믈리에 생활 17년간 서씨가 접대한 귀빈은 이루다 꼽을 수 없을만큼 많다.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은 것을 비롯,헬무트 콜 독일 총리,사마란치 IOC 위원장,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을 접대했으며 국내의 내로라 하는 정치인,경제인이 거의 모두 그의 접대를 받았다.

국내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20명 정도. 서씨는 지난 90년 6월 결성된 한국 소믈리에 협회가 조직기반이 다져지면 외국처럼 자격증 제도를 도입,실력과 자격을 갖춘 소믈리에를 키우는게 소망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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