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상오 1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앞을 달리던 택시 앞문이 갑자기 열렸다.이어 비명과 함께 젊은 여성이 밖으로 튕겨져 나와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 앞에서 친구들과 헤어져 태원교통 소속 서울 1사8005호 택시에 「합승」했던 황모양(20·무직·서울 양천구 신정 1동)은 느닷없이 뒷좌석 승객이 『움직이면 죽인다』며 목을 조르고 옆의 운전사까지 핸드백끈을 잡아끌자 기겁을 하고 엉겁결에 달리는 차밖으로 뛰어내렸다.
머리를 땅에 부딪쳐 정신이 아득한 가운데서도 황양은 지나는 차들을 향해 『택시강도』 『저 차를 잡아달라』고 소리쳤다.
3∼4대가 그대로 지나친뒤 뒤미처 달려온 서울 1바4998호 택시에서 운전사 문영식씨(36)가 내렸다.
황양으로부터 상황설명을 들은 문씨는 황양을 차에 태우고 범행택시를 추격했다.
1㎞ 남짓 달리다 범인들의 택시를 발견한 문씨가 바짝 따라붙자 범인들은 무서운 속도로 달아나기 시작,이때부터 20여분간 압구정동,청담동 등 강남일대에서 영화장면같은 추격전이 벌어졌다.
영동대교 북단인 성동구 성수 2가에 이르렀을때 달아나던 차가 U턴하려는 것을 본 문씨는 차를 세우고 맞은편에서 오던 서울 1아2879호 택시운전사 유영휘씨에게 『저 차에 강도가 타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유씨는 중앙선을 넘어 U턴해오는 범인들의 차를 가로막았고 뒤쫓아간 문씨가 뒤를 차단,포위해버렸다.
문씨는 곧바로 뛰어내려 운전석에 있던 범인 윤광열(33)을 격투끝에 붙잡았고 유씨도 뒷문을 열고 달아나는 공범 김차영(38)을 3백여m나 추격한끝에 잡아챘다.
경찰과 황양으로부터 『정말 큰일을 했다』는 칭찬을 받은 두사람은 범인들이 모두 같은 「기름밥먹는」 택시운전사라는 사실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문씨등은 『그래도 우리가 잡았으니 택시운전사의 명예는 복구한셈』이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경찰서를 나섰다. <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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