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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유권자들도 선택고민이…/장명수 편집국 국차장(총선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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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유권자들도 선택고민이…/장명수 편집국 국차장(총선현장에서)

입력
199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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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까지 “국민당 변수궁금”전국 2백37개 선거구에서 이틀동안 3백48회의 합동연설회가 열렸던 지난주말을 고비로 냉랭하던 표밭에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서울의 44개 선거구에서도 14일,15일 88회의 합동연설회가 열렸는데,몇몇 유세장에는 그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다른지역 시민들까지 구경을 나와 후보들의 열띤 공방을 지켜보았다.

토요일 일찍 퇴근한 월급쟁이들은 하오 2시 일제히 시작하는 연설회중에서 어느곳으로 구경갈지 서로 묻기도 했다. 가장 인기있는 유세장은 「정치1번지」라는 종로구와 「신정치1번지」라는 강남갑구였다. 이날 종로구 유세가 열렸던 창신국교엔 1만,강남구의 논현국교엔 4천여명의 청중이 모였다.

이 두지역의 유세장에서는 다른지역과 마찬가지로 3당합당,경제실책,안정과 견제 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이 두지역의 흥미로운 공통점은 국민당에서 출마한 두 정치신인이 현역 민자당 의원들을 만만찮게 흔들고 있다는 점이고,바로 그점때문에 구경꾼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두달전 정주영씨가 국민당을 만들었을때만해도 그 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은 정주영씨가 잇달아 터트리는 폭탄선언들과 그가 끌어모은 연예인들을 화제로 삼을 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화제는 어느덧 『국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연 몇석을 차지할까』에 모아지고 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5석,10석,30석… 하고 예측하며 내기들을 걸고 있다.

국민당이 끌어모은 인물들중에 새로운 인물은 거의 없지만,여당과 야당에 식상한 유권자들은 국민당에 새로운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 이상기류를 감지한 민자당과 민주당이 국민당을 공격할수록 유권자들의 반발흥미는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미묘한 국민당 바람이 불어오기에는 아직 불완전하지만,당락을 뒤바꾸는 변수가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당 후보가 여당계열일때는 여당표를 깎아 야당후보가 유리해지고,야당계열일때는 반대현상이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민자당의 황병태,민주당의 이중재,국민당의 김동길후보가 입후보한 강남갑구는 예측불허의 팽팽한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지역구중 유권자들의 학력이 가장 높고,중산층이상이 몰려있는 이곳은 「신정치1번지」의 프라이드를 만족시켜주는 쟁쟁한 후보들을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세 후보의 출신학교는 서울대·고대·연세대,출신지역은 영남·호남·이북,경력으로나 식견으로나 막상막하인 후보들은 주말의 유세장에서 콧대높은 유권자들을 열심히 설득했다.

『기업인이 사업을 버리고,교수가 강단을 떠나 정치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을만큼 오늘 우리조국의 현실은 백척간두에 서있습니다. 우리는 다가오는 태평양시대에 주역이 되기위해 다시 일어냐야합니다…』

『3월24일은 민자당정권에 대한 심판의 날입니다. 불순한 생각으로 합친 민자당은 하루도 빠지지않고,한시도 쉬지않고 대권투쟁에만 매달려 오늘날 경제를 이모양 이꼴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민주화를 하느라고 경제에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당이 안정의석을 가지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민자당을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정치란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니고 현실입니다…』

운동장에는 말쑥하게 옷을 잘입은 각 연령층의 남자들과 여자들이 가득차 있다. 각 대학 교수들,관리들,기업체간부들,시인과 소설가들도 눈에 띈다. 청중들은 이렇게 소곤댄다.

『세사람 다 국회의원이 되고도 남을 분들이지요. 다른지역에서는 찍을 사람이 없어 고민이라는데 우리는 정반대 고민을 하고 있어요』

『황병태씨는 조직이 탄탄해요. 4년간 열심히 관리해왔고,이지역엔 안정희구 계층이 많으니 유리하지요』

『이중재의 야당바람이 만만치않아요. 이지역은 안정희구세력이 많다해도 교육수준이 높아서 민주화요구와 비판정신도 그 어느곳보다 높거든요』

『최대관심사는 역시 김동길씨가 당선할 것이냐 낙선할 것이냐 하는 점이지요. 전반적으로 인기가 높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는 있지만,조직이 없기때문에 표로 연결될지 미지수지요. 다른지역에서 사는 친지들로부터 김동길씨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습니다』

전국의 그 어느곳보다도 적극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정치·경제·교육·신앙·출세 등에 누구보다 높은 관심을 드러내는 곳,그 똑똑한 유권자들이 「안정」이냐 「견제」냐 「새인물」이냐를 놓고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그것이 전국의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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