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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끽위원 조시형씨 한국인삼연초연구소(이런직업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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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끽위원 조시형씨 한국인삼연초연구소(이런직업 아시나요)

입력
199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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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 200여종 경험 「담배도사」/몇모금에 종류·산지 척척/「88」등 14종 신품개발 참여/초기 구토등 시달려… “적당량 정신건강 유익” 예찬도조시형씨(41)의 직업을 처음 알게되는 사람들은 으레 건강상태를 묻는다. 『아주 건강하다』는 대답을 듣고도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 대덕연구단지안에 있는 한국인삼연초연구소에서 담배제조부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조씨의 또다른 직함은 「시끽위원」이다.

시끽위원이란 말그대로 담배를 시험적으로 피워보는 임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연구소에는 조씨와 같은 30명의 시끽위원들이 한국담배인삼공사가 개발하는 담배와 기존담배의 샘플을 번갈아 피워보며 맛과 향기,자극성,뒷맛,빨리는 정도 등을 비교 분석하는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

담배란 기호품인 까닭에 복잡한 성분검사나 재료분석따위보다는 직접 피워서 감각에 맞는 것이 최고품일 수 밖에 없다.

시끽위원들은 이러한 구체적 감각을 총동원한 「담배관능검사」를 통해 개발중인 담배의 질을 개선한다. 조씨는 선천적으로 갖고있는 날카로운 오감에 10년이 훨씬 넘는 경험으로 이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교목적으로 피워온 외국담배 1백50여종을 포함,모두 2백여종의 담배를 피워봤다는 조씨는 이제는 어떤 담배든 몇모금만 빨면 담배의 이름은 물론,원료 잎담배의 종류·산지·배합비율·향료와 니코틴·타르의 함량까지 틀림없이 알아맞힌다.

전국 전주출신으로 전북대 농화학과를 졸업,78년 이 연구소의 담배신제품개발 연구원으로 담배와 인연을 맺은 조씨는 입사 석달만에 시끽위원을 겸하게 됐다. 철저한 성격인 그는 미묘한 담배맛의 차이를 직접 알지못하고는 좋은 담배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절감했던 것.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전혀 담배를 입에 대본적이 없던 조씨는 막상 이일을 자원하긴 했으나 처음엔 무척 괴로웠다고 한다.

조씨가 처음 배운 담배는 여러종류의 잎담배가 혼합되고 향이 가미된 보통담배가 아니라 황색종이나 버리종·오리엔트종 등 한가지 잎담배만으로 만든 담배였다. 종류별 잎담배의 맛과 특성을 익히는 훈련과정이었다.

단엽담배는 니코틴과 타르가 제거되지 않은 자연상태의 잎을 그대로 말린 것인만큼 매우 독해 훈련기간동안 하늘이 노래져 보일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웠고 구토도 잦았다.

7평 남짓한 면적에 15개의 칸막이 책상이 빽빽이 놓여져 있어 마치 소규모 사설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이 연구소 본관 2120호실이 조씨가 동료들과 함께 「업무상」 담배를 피우는 「관능검사실」이다.

각자 자신의 연구실·실험실 등에서 일을 하던 시끽위원들은 시끽집합을 알리는 스피커소리를 듣고 일제히 관응검사실 칸막이안에 앉아 엄숙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관능검사실은 정확한 판정을 위해 늘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특히 배기시설은 특별히 설계돼 있다.

「시끽집합」은 하루 2차례 정도가 보통인데 한번에 30여분동안 국산·외국시판담배와 시제품 등 5∼6종류를 2∼3개비씩 15개비 정도를 피운다. 이런식으로 업무상 하루 1갑에서 1갑반 정도를 피우는데 1개비를 4∼5모금씩밖에 피우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별 지장은 없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이들은 시끽후에 맛·냄새·자극성 등 여러 항목을 점수로 기록한뒤 서로 비교하고 토론해 시제품의 개선점을 찾는다.

조씨는 정확한 시끽결과를 얻기위해 평소 자극성있는 음식을 삼가고 보통 하루 한갑정도 피우는 비업무용담배도 시끽 2시간쯤 전부터는 입에 대지않는다. 또 30분전에 양치질을 하고 세수도 비누없이 물로만 한다. 비누향이 감각을 흐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조씨는 시끽위원이 된이래 태양·솔·수정·라일락·88시리즈·엑스포마일드 등 14종의 담배신제품개발에 참여했다.

고생해 만든 담배가 호평을 받을 때가 가장 보람있는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애연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88시리즈(88딜럭스마일드·라이트·골드·멘솔)가 그 대표적인 예.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추어 급하게 개발하려다보니 시끽위원 모두가 3∼4일씩 철야를 하며 강행한 통에 관능검사실은 마치 포연에 휩싸인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는 것.

의사나 금연운동가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조씨는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알맞게 피울때는 정신건강과 인간관계를 돕는다』고 「담배예찬론」을 펼친다.<대전=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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