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현마다 벌써 유치 비상/관재계 로비등 「작전」 준비/국회서도 「후보지 조기선정」 방침… 야와 관계법 막후절충【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천도 논의가 공식화·구체화돼 새수도 유치작전에 불이 붙었다. 지난 30여년 동안 공론처럼 운위되던 천도계획이 가까운 장래의 일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지난달 정부 자문기관의 천도계획 중간보고서가 제출된 것을 계기로 국회에서도 후보지 조기선정론과 관련법령 입법논의가 활발해졌다.
자민당은 오는 5월중 국회이전 기본법안(가칭)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아래 사회·공명·민사당 등 각 야당측과 활발한 막후절충을 벌이고 있다.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수도 이전계획에 찬성,「신수도문제 간담회」란 초당파적인 단체에 참여하고 있어 자민당의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 이전계획 추진관련법의 기본법이 될 이 법안은 빠르면 3년,늦어도 5년안에 국회이전 후보지 선정을 끝내고 21세기 초에는 이전을 끝내자는 구상. 가네마루(금환신) 자민당 부총재가 이끄는 수도이전 조사회가 조문을 작성중이다. 또 야당측은 올해 예산안에 국회이전계획 연구비용으로 3억엔을 책정하자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7일 국토청장관의 자문기구인 수도기능 이전문제간담회는 동경외곽 60㎞ 바깥에 인구 60만명 규모의 새 수도를 건설하자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제출했었다.
이같은 공식적인 논의가 표면화되자 동경인근의 각 지방은 벌써부터 유치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경 동북쪽 1백50㎞권의 유명한 휴양지 나스(나수)고원을 끼고 있는 도치기현 지사는 중간보고서의 내용이 『나스의 자연·지리조건과 꼭 합치된다』면서 적극적인 유치활동 의사를 표했다.
이웃 후쿠시마(복도)현측도 『지진이 적은 곳이 이전 후보지의 조건이라면 우리현의 아부구마(아무외)지역이 적지』라면서 고속도로에서 가깝고 공항도 끼고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부상식 고속열차(리니어신칸센)노선이 통과하도록 계획돼 있는 야마나시(산이)현은 종래의 천도 논의때마다 스와(추방)분지가 유력후보지로 거명됐던 「기득권」을 앞세워 『일본열도의 한 가운데에 새수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선전한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을 끼고 있는 시즈오카(정강)현도 질수 없다는 반응이다. 후지산을 바라보는 개활지가 새수도의 가장 바람직한 입지라는 주장이다.
이밖에 동경으로부터 2백50㎞권인 기후(기부)현 미노(미농)지역,3백㎞권인 센다이(선대)지역,2백30㎞권인 하마나호지역 등이 제각각 유력지라고 홍보하고 있다. 때문에 이전후보지 선정작업이 시작되면 적잖이 시끄러울 조짐이다. 자기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관계·경제계 등 중앙의 유력인사들을 망라한 유치단을 구성할 움직임이 각 지방마다 양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천도론은 1960년 한 대학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지역 경제단체 민간연구단체 관계장관 및 학자들에 의해 10여차례 제기됐다.
일본 전체인구의 25%인 3천만명이 밀집된 동경권에 수도 기능을 계속유지하면 1극 집중으로 인한 갖가지 대도시문제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이전방식은 새수도를 만들어 입법 사법 행정기관을 이전하자는 천도론,수도기능의 일부를 다른 도시로 옮기자는 분도론과 중도론,새수도와 동경간의 도로변에 연선도시를 만들자는 전도론 등이 거론됐다.
비공식적인 이 논의들이 30년을 넘기는 동안 국회가 천도의 필요성을 인식,국회이전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90년말이었다. 이 결의안의 힘은 곧 정부에 연구팀을 만들게 했고,그것은 다시 국회에 압력으로 작용해 입법작업을 촉진시켰다.
9천정보의 면적에 60만명 규모의 새수도를 건설하겠다는 일본의 천도계획은 같은 「수도체증」을 앓고 있는 한국에도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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