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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불법선거운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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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불법선거운동(사설)

입력
1992.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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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나선 출마자들이 대학생들을 선거운동원으로 대거 동원해서 쓰고 있다는 사실이 연일 각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대학생들이 일당 3만5천원을 받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로부터 특정당당의 입당원서를 받고 있는가 하면 어떤 연설회 주변에서는 수십명의 대학생이 때를 지어 특정정당과 후보의 이름을 외치고 박수는 치는 기동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서울 강남의 어느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아침 저녁 출퇴근시간에 맞춰 수십명의 대학생들이 같은 색깔의 조끼를 입고 두출로 서서 공손히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 무슨당의 어느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명선거 캠페인에 나섰던 어느 여대생이 불법유인물을 마구 뿌리는 운동원을 붙잡고 보니 동료 대학생이더라도 개탄하기도 했다.대학생들이 이처럼 선거운동에 많은 동원되다보니 개학한지 얼마안되는 대학강의실의 경강률이 20∼30%씩이나 된다는 보도가 동시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방학도 아닌데 이렇게 학업을 팽개치고 학비나 용돈을 벌기위해 많은 대학생들이 선거판에 뛰어든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것도 일당 5천원씩 받는 등록된 정식운동원이 아니라 몇만원씩의 고액 일당을 받는 불법운동원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큰것이다.

이들을 고용한 후보쪽에서는 대학생 운동원이 경찰의 단속에 걸릴 경우에는 「돈을 받지 않고 그냥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라고 말하라는 사전 교육까지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라도 등록된 선거운동원이 아닌 이상 불법운동원임은 마찬가지이다. 득표활동에 혈안이 되어있는 출마자들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요즈음 비교적 접근하기 손쉬운 대학생들을 운동원으로 쓸 수 밖에 없는 딱한사정도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딱하고 급한 처지라 하더라도 다름아닌 바로 우리의 자식들을 불법선거운동에 동원한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적발되거든 자원봉사자라고 거짓말까지 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자식들 보기에 너무나 수치스런 일이다. 선거판이 아무리 사랑의 눈을 멀게한다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배우는 학생의 몸이라 사리판단이 미숙한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학생이라면 불법부정선거운동이 어떤 것이라는것쯤은 알고 있을 법한데도 이처럼 어른들의 잔꾀에 놀아난다는 것은 분별없는짓이다. 부정불법의 타락상과 사회악을 감시 고발 척결하는데 앞정지시는 못할망정 그 더러운 구렁텅이에 스스로 빠져서야 말이 되겠는가.

87년 6월 항쟁의 선두에 섰던 대학생들의 기개와 명예를 상기한다면 감히 정치선진화와 민주화를 위한 개혁을 시도해야할 선거의 현장에서 강의실을 뛰쳐나와 불법선거운동원이 될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검찰이 단속에 나서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것은 단속이전에 지성의 양심과 양식에 관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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