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교통난”“겹치기 수임”따라/당사자·가족만 피해판사와 변호인이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법정에 지각입정 하는 경우가 많아 재판진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변호인이 사전통고 없이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법정증인과 가족 등 방청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있다.
지난 4일 상오 10시 서울형사지법 425호 법정에서는 수십건의 형사 단독사건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개정시각 10분이 지나도록 재판부가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지연을 알리는 안내방송이나 법원 정리의 사전설명도 전혀 없어 방청석 곳곳에서 불평이 터져나왔다.
담당판사는 17분이나 늦게 법정에 나와 한마디 사과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전청와대 경호실장 장세동 피고인(55)의 12차 공판때인 지난해 12월28일 담당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는 배석판사 1명이 눈 때문에 출근이 늦었다는 이유로 개정시각 40분을 넘겨서야 재판을 시작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판사의 지각입정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미리 입정한뒤 재판부가 입정하다 보니 재판이 정시보다 몇분 늦게 시작되는 것이 관행화 됐다』며 『교통난이 가중돼 피고인을 구치소에서 법정까지 호송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점도 지각개정의 원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변호인의 지각입정 등으로 재판이 파행운영 되는 경우도 많다.
서울형사지법 합의 22부는 지난 1월13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피고인(28)의 2차공판을 진행하려 했으나 변호인이 개인사정으로 출석하지 않아 공판을 1주일 연기했다.
4명의 공동변호인단은 3차공판때 40분을 지각해 입정했으나 4차공판 때는 사전연락도 없이 아예 불참해 재판이 공전됐다. 구속만기에 쫓긴 재판부는 어쩔 수 없이 5차공판 때부터 사법연수원생 이모씨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구속만기를 2주 남겨두고 간신히 재판을 마칠 수 있었다.
지난 1월21일 하오 2시 열릴 예정이던 전경희대 총학생회장 손모군(24)의 공판 때도 10분이 넘도록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부는 10분동안 멋적은 모습으로 앉아있다 휴정을 선언한뒤 담당변호인 안모변호사가 입정한 하오 2시50분에야 공판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변호인들의 지각입정과 재판불참 사태는 사건을 겹치기로 수임해 시간조정에 실패했거나 공동변호인단의 경우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상대방에게 변론을 떠넘기기 때문에 생기는 것.
재판부와 변호사의 불성실한 자세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재판 당사자와 가족 등 소송에 참여한 방청객들이다. 법정에 나온 방청객들은 『1∼2분이 소중한 서민입장에서는 재판이 지연되거나 공전될 경우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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