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펌프에 밀리고 최근 무풍현상 겹쳐/관리도 소홀… 고작 50∼60개만 정규가동【베를린=강병태특파원】 네덜란드의 명물 풍차가 사라져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아르란더펜 수로국은 최근 이 지방에 있는 풍차 4개를 전동펌프로 바꾸기로 했다. 풍차는 바람이 불어야만 돌아가는데 최근 몇년동안 이상하게도 바람이 불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9천개를 넘었던 네덜란드의 풍차는 현재 1천개 정도가 남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나마 수리하거나 전동펌프로 바꿀 것이 대부분이어서 풍차의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네덜란드에 풍차가 등장한 것은 6백40년전인 1350년께로 알려져 있다. 국토의 절반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아 바닷물이 육지로 역류하지 못하도록 배수용으로 설치된 풍차는 밀가루를 빻고 기름을 짜며 목재를 자르고 종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등 다목적으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전기사용이 일반화하면서 풍차의 효용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화재,강풍,관리소홀까지 겹쳐 풍차의 수는 갈수록 감소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풍차협회의 레오 엔데디스크 회장은 『남아있는 풍차의 3분의 1은 관리상태가 형편없어 그대로 두면 저절로 무너져버릴 것』이라고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풍차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관리를 소홀히 하면 급속도로 부식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풍차를 계속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아있는 풍차중 1주일에 하루이상 정규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은 50∼60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밀가루를 빻거나 외국관광객을 위해 돌아가는 정도이다.
나머지는 벌레들의 밥이 돼가고 있다. 풍차가 움직이면 그 진동때문에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벌레를 퇴치할 방법이 없다.
정부의 풍차수리예산도 80년대초 이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이며 오히려 풍차를 포함한 문화재관리예산이 5%정도 삭감될 위기에 처해있다.
어쩔 수 없이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더 많은 보조금을 얻어내야 하는데 네덜란드의 풍물인 풍차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일도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시골에 가면 풍차가 있고 그 풍차는 언제나 그곳에 그렇게 서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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