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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인플레현상(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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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인플레현상(특별기고)

입력
199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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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정치적인 야심이 너무 크다. 선거때만 되면 정치적 야심을 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기존 정당만으로는 그들 야심을 담을 수 없게 되고,새로운 정당들이 태어난다. 그리고 얼마후에 명멸한다. 두 정당이 담기 어려운 야심은 한국정치를 인플레화한다. 인플레현상은 경제현상이든,정치현상이든 좋지않은 현상이다. 한국정치는 광복이후 계속 인플레상태에 있어왔다. 광복후에 1백여개의 정당이 난립해 정치불안의 한 요인이 되었다.정치발전은 인플레화된 정치를 수축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정치지망생이 줄어들고,『나 국회의원 하지 않겠어. 정치는 재미없어. 사업하는 인생이 더 보람있는 인생이야!』 국회의원의 정치은퇴선언이 늘어나면 한국정치는 발전한다고 본다. 정치지도자의 주변에는 정치지망생이 들끓는다. 새벽 6시에 이미 그의 사랑방은 가득 차 버린다.

한국정치를 인플레화하는데는 신문이 큰몫을 한다. 정치기사가 너무 많다. 정치인의 동정,가십형 기사가 너무 많다. 1면과 논설면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가십형의 기사는 주간지로 옮기는데 좋다. 미국인들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서인지 미국신문들은 정치지면에 인색하다. 한국인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아 일간지들이 적어도 3개면에 걸쳐 정치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주간지·월간지도 마찬가지다. 정치에 관한 글이 주종을 이루고 소설도 정치소설이고,「대권만들기」같은 제목이 다반사다. 신문은 독자들에게 정치적 사건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문이 시민들의 정치적 야심이나 관심을 고조시킬 필요는 없다. 파벌싸움을 조장하기 보다는 지양하는 기사를 써야한다. 신문들은 정치를 인플레화하면서도 이상하게 선거전야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이 없다. 미국신문들은 정치지면에 인색하면서도 선거전야에 모든 후보들의 배경,정책제안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사설로 어느 후보를 지지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젊은 존 케네디 상원의원이 60년 대통령 선거에 승리한 것은 주요 신문 사설이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신문들은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고,돈 안드는 선거,부정선거 고발 센터를 만든다. 그러나 위의 어느 것보다 정치의 폭을 줄이고,정치의 마력을 법률적이고 합리적인 질서로 옮겨놓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의 마력은 한마디로 정권의 마력이다. 한번 정권을 쥐면 재벌들이 수억,수십억원씩 들고 와 바치는 그 권력의 마력이 한국인들을 정치지향적인 백성으로 만들어놓지 않았나 싶다.

토머스 제퍼슨의 묘비에는 대통령을 지냈다는 경력이 없다. 그는 미국 대통령직을 그렇게 즐긴 것 같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한국의 대통령을 지망한다면 한국정치는 탈인플레화할 것이고,한국정치는 발전할 것이다. 미 의회하원에서 20년을 지낸 친구가 「재미없다」고 대학으로 돌아왔을때 그 친구가 좀 돌지 않았나 생각했었다. 그런 사람이 한국국회에 많을 때 한국정치는 적정규모를 유지할 것이다.

금배지라는 것도 없애고,세비를 거마비 정도로 줄인다면 정치는 수축할 것도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는 정치지도자가 나타날 때쯤되면 한국정치는 발전했다고 봐야한다. 윌리엄 포크너가 노벨상을 받았을때 케네디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받는다. 그때 포크너는 『저녁한끼 먹으러 미시시피에서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작가가 한국에 나타나면 한국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최연홍 미 디스트릭 콜럼비아대 경영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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