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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환자」푸르름 되찾아준다(이런직업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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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환자」푸르름 되찾아준다(이런직업 아시나요)

입력
199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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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치료사 강전유씨/병인·증세 인간과 비슷/정성·사랑이 완치첩경/정이품송 등 「VIP만 7백명」상대나무들도 온갖 병을 앓는다.

외경상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나무들도 잘 진찰해보면 한두가지씩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때로는 암과 같은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기도 한다.

강전유씨(57)는 말못하는 나무의 병을 진단해 주사도 놓고 수술도 하는 나무전문의다. 잎이 누렇게 시들고 가지가 말라 비틀어지는 등 시름시름 앓던 나무들도 강씨의 손길이 닿으면 새싹이 돋고 원기왕성한 푸르름을 되찾는다.

강씨는 국내에서 유일한 나무종합병원의 원장이다. 서울 성동구 능동 276 강씨의 병원에는 나무전문의 16명이 있어 강씨가 「나무환자」들의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면 5명 내외로 의료진을 구성,투약과 수술로 치료한다.

강씨는 『나무도 인간과 똑같은 생명체이므로 질병의 원인,종류,상태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며 따라서 치료의 기본원칙도 동일하다』고 말한다. 의사의 세심한 정성과 사랑이 완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도 같다.

나무의 치료도 내과치료와 외과수술 영역이 분리돼 있다.

영양실조로 고사상태에 빠진 나무들은 각종 영양소와 식물 생장호르몬,항생제 등을 혼합한 영양제를 공급해 원기를 북돋운다. 이때 나무줄기 표피 안쪽의 도관부분에 직접 영양제를 주사하는 수간주사와 스프레이를 통해 잎에 뿌리는 도포법이 병용된다.

병충해로 앓는 경우에는 살충제와 항생제 등을 사용한다.

나무에도 암과 같은 불치병이 있다. 뿌리나 때로 줄기에까지 세균이 침입,혹이 생기는 근두암 종병이 대표적이다. 이 병은 조기에 발견,치료하지 않으면 혹이 급속도로 번져 뿌리와 줄기의 생장활동을 차단,끝내는 나무를 죽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재빨리 암발생 부위를 찾아내 절단수술 하고 잘라낸 부위에 건강한 뿌리가 새로 자라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나무의 병이 워낙 중증이거나 천연기념물,지정보호수 등 VIP 환자일 경우에는 강씨가 직접 진찰부터 수술까지 맡는다.

수령이 몇백년씩 되는 귀중한 고목들은 노쇠현상으로 잎이나 가지가 말라 떨어져 나가고 가벼운 바람이나 비에도 쉽게 부러져 나간다.

이같은 증세는 주로 줄기안에 빈 공간이 생기는 공동현상 때문인데 사람으로 치면 나이가 들어 뼈속이 비는 골다공증과 같은 것이다.

이 공간 사이로 습기나 빗물이 침투하면 내부로부터 썩기 시작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도관까지 썩게 되면 치명적인 상태가 된다. 이 때는 대형 외과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외과수술법은 나무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우선 부패된 부분을 깨끗이 들어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잘라낸 부분에 살균제와 살충제를 뿌려 해충이나 병원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완전소독을 한 뒤에는 우테탄 등의 인공수지로 공동부분을 메운다.

이어 빗물이나 습기를 막기 위해 유리섬유를 이용,매트처리를 하고 그 위에 인공수피로 수술부위를 덮어준다. 코르크는 부패되지 않고 방수효과가 커 지난 82년 5월 강씨가 이를 이용한 인공수피를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

천연기념물 88호인 전남 승주군 송광사의 수령 8백년된 쌍향수,충남 예산군 추사 김정희 생가에 있는 백송 등 천연기념물 1백여 그루와 지정보호수 6백여 그루가 강씨의 이런 수목 외과수술로 생명을 되찾았다.

강씨는 고사상태에 빠졌던 속리산의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도 뿌리 절단수술과 수간주사 등으로 3년간 정성어린 치료 끝에 지난해 10월 소생시켰다. 이 수술에 사용된 영양제만도 1천㏄들이 1백70병이 들었다.

강씨는 요즘 늘 기분이 좋지않다. 남산·삼청동·성북동 등 어디를 가건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모두 생기를 잃은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중의 아황산가스·산성비,이에 따른 토양산성화 등이 병인』이라고 진단하는 강씨는 『나무가 제대로 살지 못하는 환경속에서 인간인들 살 수 있겠느냐』고 씁쓸하게 반문했다.

다른 의사와는 달리 환자를 찾아다녀야만 하는 「나무의사」강씨는 일주일에 3∼4일은 왕진을 다니고 조경학과 교수로 있는 신구전문대 강의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한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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