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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심리학(장명수 칼럼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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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심리학(장명수 칼럼 1388)

입력
1992.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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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벌써 2천명을 넘어 섰다는 보도(한국일보 10일자 조간 23면)에 우리는 새삼 충격을 받게 된다. 이 덧없는 죽음,우리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폭력적인 배타성이 살해한 죽음들 앞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자기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교통사고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대부분은 운전자의 난폭성과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다. 부주의 역시 단순한 게으름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폭력성에서 온다고 봐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만이라는 생각,위험가능성을 외면하는 부주의처럼 무서운 폭력은 없다.

차를 몰고 차도로 나가지 않더라도 사람많은 거리를 조금만 걸어보면 이 사회의 폭력성을 감지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한발자국도 남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 남보다 한발자국 앞서기 위해 사람들은 줄달음질 친다. 신호등이 바뀔까봐 뛰고,버스를 놓칠까봐 뛰고,택시를 잡으려고 뛴다. 남의 몸을 치고 지나가는 것 쯤은 보통이다.

거리의 분위기가 차도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있으니 사고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제몸대신 「달리는 흉기」를 몰면서 「빨리 가야 3분」이라거나 「제치고 가봐야 바로 앞자리」라는 등의 경고에 코웃음친다. 3분 빠른게 어디냐,남을 제치고 바로 앞자리로 가는게 어디냐,한발이라도 빨리 가는게 이기는 거라고 믿고 그들은 달린다.

미국에서 살다온 한 주부가 이렇게 한탄하는 걸 들었다. 『미국에서는 4차선이 2차선으로 좁아지는 곳이 나오면 멀리서부터 차들이 두줄을 만들며 들어가는데,우리나라에서는 네줄로 달리던 차들이 2차선을 발견하는 순간 여덟줄로 뒤얽히면서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아우성을 치지요. 어느쪽이 시간절약이 되겠습니까』

우리는 흔히 『자동차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개탄하지만,자동차 문화가 저혼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과 그마음들이 형성하는 사회분위기를 그냥 둔채 자동차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억지다. 거리에서 남의 발을 밟고 팔꿈치로 남을 치고 가는 사람들이 차를 몰고 거리로 나가면 남의 차를 들이받게 되는 것이다.

교통사고발생률 세계 1위라는 난폭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열쇠는 우리의 마음에 있다. 운전대를 잡기전에 각자의 마음에서 폭력성과 적개심과 배타성을 몰아내는 심호흡을 해야 한다. 우리의 폭력성이 남을 죽이고,사회를 죽이고,나의 이웃과 가족을 죽이고,결국 나를 죽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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