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비가 내리고,복숭아가 꽃피기 시작하며,꾀꼬리가 울고 새매가 화하여 비둘기가 된다』땅속 벌레들이 구멍을 뚫고 나온다는 경칩과 태양이 봄을 알리는 춘분이 들어있는 달을 동양의 고전은 그처럼 기적의 계절로 규정했다(월령).경칩이 닷새전인데다,낮과 밤이 같아지는 춘분이 열흘 뒤로 다가서면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빛을 더한다.
『봄바람에 천리를 간다』고 한 것은 민세 안재홍이었다. 그는 꿀벌이나 나비처럼 꽃을 탐한다 해서 「탐화봉접」이란 말을 비유로 들었다.
『꽃은 봄의 중추요,생명의 표지라. 탐화봉접이란 말이 있거니와 꽃을 탐내는 것은 봉접뿐이 아닐 것이니 생명을 가지고,생명을 예찬하는 자 누구든지 꽃을 좋아할 것이다』
올해의 꽃소식은 예년보다 닷새에서 여드레쯤 빠를 것이라고 관상대는 예보했다. 남녘땅 제주섬에서는 오는 21일 벚꽃이 피고,남해안에 25일께 상륙,4월8일이면 서울에 당도할 것이라는 예보다.
꽃을 탐하는 마음은 그래서 벌써 가슴이 설레게 마련이다. 『좁은 꽃길 손님이 올까 짐짓 쓸지 않았더니/오늘 그대 위하여 처음 봉문을 여네』당나라때 시인 두보가 차마 쓸지못했던 그 찬란한 꽃길을 벌써부터 꿈꾸기 때문이다.
2천50여년전 고대로마의 서정시인 카툴루스도 읊었다. 『울타리속 정원에 갇힌 화초/… 미풍이 감싸고,햇볕이 힘주고,비가 꽃을 피우면/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꽃을 탐하네』
그 꽃의 향기는 이미 눈속에 피는 매화로부터 시작해서 동백에 이어 남녘땅 화사한 목련을 앞세워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미구에 벚꽃과 함께 북쪽을 향해 봄의 훈풍을 몰고 줄달음칠 것이다.
어둡고 춥던 겨울은 그래서 인간에게 거역할 수 없는 순환과 순응의 교훈을 남기고 떠나가고 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대자연이 연출하는 이 기적은 앞으로 열달 내내 이어질 정치바람과 함께 막을 올렸다.
희망과 꿈에 부푼 지금,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찬란한 꽃의 계절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때놓치지 말고 장미봉오리를 따렴/시간은 나는듯이 가고있거니/그리고 이 꽃도 오늘은 웃지만/내일이면 죽으리니』3백18년전 여든셋으로 눈을 감은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헤릭은 그렇게 경계했다.
찬란한 꽃도,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겨울처럼 그렇게 우리의 꿈을 허망하게 내버린채 떠날 것이다. 기다림보다 소중한 것은 최선을 다해 흘리는 땀이라는 교훈을 줄 것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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