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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포 가전품선호/국산품이 일제 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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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포 가전품선호/국산품이 일제 밀어내

입력
1992.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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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규격 맞춰 최근들어 역전/TV등 되팔아 배이상 큰이득한국산 가전제품이 중국교포들 사이에서 일제 가전제품을 제치고 「꼭 갖고 싶은 필수품」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머물다 돌아가는 중국 교포들을 태운 카페리가 천진항이나 위해항에 도착하면 이들이 휴대한 한국산 가전제품을 웃돈을 얹어 서로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대부분의 제품이 구입가격의 배이상에 쉽게 팔리는데 21인치 컬러TV의 경우 되팔면 중국에서 근로자 1년 동안 번 돈만큼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심양 길림 등 교포들이 모여사는 지역에선 한국산 가전제품이 일제보다 월등히 우수한 제품으로 소문나 한국산 가전제품을 한둘이라도 갖고 있으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중국인들도 한국으로 가는 교포들에게 웃돈을 얹어주며 구입을 부탁하는 등 한국산 가전제품의 명성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산 가전제품이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께부터. 그 전에는 일제가 판을 쳤다. 일부 교포들이 시중에서 국산 가전제품을 구입했다가 방송방식이 틀리고 전압이 달라 중국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되자 품질이 나쁜것으로 소문나면서 교포들이 일제만 찾았다.

이틈에 약삭빠른 일본과 홍콩의 무역상들이 국내여행사들을 통해 교포들에게 일제 상품권까지 발매하며 짭짤한 재미를 봤다. 선불을 주고사는 이 상품권은 중국에 돌아가 물건을 찾을 수 있는데 휴대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때문에 한국에서 돈을 번 교포들은 1인당 평균 1천만달러어치의 일제가전제품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이 상례화 되었다. 지난해 1만8천여명의 중국교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을 감안하면 1천8백만달러상당의 일본제품이 중국교포들에게 팔린 셈이다.

이처럼 일제가 판치던 중국교포 시장에서 한국산이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게 된것은 작은 수출업체의 시장개척 노력이 계기가 됐다. (주)해양무역 대표 조창형씨는 지난해 9월 중국시장을 둘러보다 교포들이 모두 일제TV와 전기밥솥을 구입한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지에서 생산된 저급제품인데도 신주처럼 모시는 것을 보고 분통이 터졌다. 국내 가전사들이 큰돈을 들여 중국의 대도시에 전광판을 세웠지만 중국인은 물론 교포들도 품질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조씨는 귀국하자마자 가전메이커를 찾아다니며 중국교포들을 위해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줄 것을 호소하고 상공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가전사들도 처음엔 소량이라 난색을 표했으나 교포시장마저 일제에 뻬앗길 수 없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21인치 컬러TV와 VTR 전기밥솥 전기프라이팬 등을 생산,중국에 자체운송망을 확보한 해양무역을 통해 판매하면서 한국산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동남아산 일제TV 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이제는 「한국산이 최고」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올들어 2월말까지 21일치 컬러TV가 3백여대,전기밥솥이 4백여대,전기프라이팬이 5백여대가 팔렸다.

TV 등 대형고가품은 1인당 1개,전자레인지 등 소형물품은 1인당 5개까지 면세로 가져갈 수 있는 교포들은 더 많은 종류의 중국규격제품의 구입을 희망,가전메이커들은 25인치 컬러TV 냉장고 전자레인지 TVCR(TV와 VTR를 일체화시킨것) 세탁기 음향기기 등의 생산에 들어갔다.

한창 일고있는 한국산 제품의 명성을 유지,확산시키기 위해 삼성전자와 금성사가 북경과 연길에 이미 애프터서비스센터를 갖췄고 해양무역도 3월부터 심양과 하얼빈에 자체 애프터서비스센터를 개설,중국교포 고객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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