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다리가 휘게 나오는 「선거잔치」로 배가 터지는 「정치포식」의 걔절이다. 우선 정부·여당이 쏟아내는 공약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전국을 돌면서 지시하고 챙기고,각 지방관청이 내놓고,민자당이 내놓은 사업들을 실천하자면 1백조원의 예산으로도 모자랄 것이라고 한다.사상최대 팽창예산이라고 시비가 많았던 올해 예산에서도 사업비는 6조원이니까,이들 공약을 지키자면 우리 경제는 파산지경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국민당까지 거들어 여기저기에서 현대그룹의 공장을 짓겠다는 「신종 개발공약」을 뿌리고 있다.
정치에 포식하는 것은 돈때문만은 아니다. 날이면 날마다 「무슨 계열의 아무개」라는 「인맥」쑥덕공론이 세상을 꽉채우고 있다. 물론 3당합당으로 구성된 집권민자당이 가장 큰 쑥덕공론의 초점이다. 지역구공천바람이 끝나자,이번엔 전국구후보가 세상을 요란하게 하고 있다.
민자당의 전국구후보 54명 가운데 소위 「안정권」에서 TK출신이 11명,육사출신이 5명으로 분석된다. 그래서 한 신문은 민자당의 전국구는 「청와대 지역구」라 했다.
말로는 여·야당을 말하지만,그것도 캐고 보면 정치인 아무개가 이기느냐 지느냐로 귀착되는 한국형 인맥정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영과는 관계없이 어느 지역출신 아무개가 이겨야 하고,아무개가 이겨선 안된다는 한국판 인종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정치판에서 뛰는 사람도,그것을 보는 국민도,그것을 보도하고 논평하는 언론도 모두 비슷하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한국의 선거는 겉치레만 선거일뿐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는 실종된 상태에 있다. 「정책논쟁」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경영에 중요한 정책문제는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정치 때문에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경제를 회생시키고,제닭 잡아먹기꼴인 분배문제를 해결해서 경쟁력을 되찾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는 우리 근세사상 유례없는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것보다 더 급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거 자체가 정직한 선거가 돼야 한다. 정책논쟁도 정직한 선거가 전제될 때에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젊은 세대는 터무니 없는 이념적 구호를 외칠 게 아니라,공명선거운동에 참여함으로써 구슬을 꿰고 소금을 치는 「현실」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정치에 식상하지 않고,국가경영에 발전이 있을 것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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