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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준비·각오가 성패좌우”(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8·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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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준비·각오가 성패좌우”(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8·끝)

입력
199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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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 무조건 사시곤란”/“한국의 교육상황 자성계기돼야”○교육전문가 의견조기유학은 우리교육의 엄연한 현실이다. 법으로도 막을수 없었던 과외처럼 조기유학은 많은 논란 속에서 이미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유난히 교육열이 뜨거운 우리의 학부모들은 『내 아이만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유학을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충분한 교육적 검토와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유학을 가는 학생,학부모만이 판단하고 감당하기엔 조기유학이라는 과제는 너무나 크고 중요하다. 조기유학은 우리사회 전체가 곰곰이 따져보고 저울질해야 할 문제다. 「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 연재를 마감하면서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문용린씨(서울대 교수·교육학)=여러 외국을 여행시켜 다양한 경험·체험을 쌓도록 하는 것은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유학을 시키는 것에는 반대다. 한국에서 적응을 제대로 못한 학생들이,심리적 준비나 자부심도 없는 상태에서 성공을 한다는 것은 무리다.

부모들은 대학을 갈 수 없는 교육현실을 탓하지만 고교졸업생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자식이 대학갈 능력이 안되면 부모부터 대학에 대한 집착을 포기해야 한다. 특정 기술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등 대책있는 미래를 마련해 주는 부모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어코 유학을 보내겠다면 부모가 책임지고 1∼2년간 영어 등의 적응교육을 철저하게 시킨뒤 보낼 것을 권한다.

▲김우창씨(고대교수·영문학)=정해진 길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사는 것이 이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중 하나가 조기유학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조기유학에 대해 관대해져야 한다.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식의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면에서 조기유학을 평가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야할 개방적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조기유학생들이 한국적 문화·가치를 제대로 간직할 것인가를 걱정하지만 복잡하게 얽혀사는 세상에서 그런 문제는 덜 중요해지고 있다. 그들도 떨어져 나가있지만 언젠가는 우리사회의 다양함과 세계적인 삶에 기여할 것이다. 그들의 새로운 체험이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므로 멀리보는 관점에서 조기유학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외화문제는 구체적으로 걱정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드는 유학은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외화사정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경비로 유학하는 방법을 찾으라는 말이다.

▲정귀생씨(서울대치중교감)=부모들은 미국의 대학에만 들어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볼지모르나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신과 얼,한국인다움을 잃게 되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미국인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다. 고교를 미국에서 다니면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 인간의 능력이 미국간다고 더 잘 계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우리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능력계발은 물론 인간성 형성에도 좋다고 본다.

▲이기동씨(미국뉴욕시 칼도조고교교사)=한국의 숱한 교육문제 때문에 유학을 보낸다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문제는 한국내에서 풀어야 한다. 미국으로 유학보내는 것이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회를 위해서이다. 여기서 겨우 대학을 다녀 졸업장을 받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한국사회가 졸업장만을 중시하므로 문제가 안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공부다운 공부가 아니므로 한국사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4∼5년 지나 미국물이 들면 부모와도 전혀 대화가 안되기 쉽다. 그간의 경험으로 볼때 1백명중 불과 몇명이 한국에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명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라는 견해가 있겠지만 그 엄청난 외화투자를 생각해보라.

될 수 있는 한 한국에서 교육을 시킬 것을 권하며 꼭 보내겠다면 학교를 잘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최현광씨(미국볼티모어시 교육국 교육연구원)=영어교육의 필요성에다 한국에서 과외에 시달린다는 점을 생각할때 조기유학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미국교육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막연히 성공을 기대하는 부모·학생이 상당수다.

우선 「미국은 가면 받아주는 나라」「가서 공부해보고 싶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어린학생들에게는 학습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장래문제·정체성 등에 관해 부모와의 꾸준한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으므로 미국에 온다면 교육효과는 좋을 것이다. 아직 연구가 안되고 있지만 『국제미아가 되지는 않을 것인가』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조기유학생이 미국에 많은 것은 한국교육이 그만큼 걱정스럽다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1년에 학생 1명당 4천∼5천5백달러를 투자한다. 한국도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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