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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받는 모범생도 많다(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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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받는 모범생도 많다(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6)

입력
199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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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시련 자립·인내심 거름으로/“새교육방식에 흥미” 공부 자신감/부모의 끊임없는 관심·주의 뒤따라야LA의 모공립학교에 다니는 Y모군(17)은 유학온지 만2년이 지났다. 처음엔 영어 때문에 무척 고생했지만 이제는 전과목 A학점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AP반이라 하여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해주는 우수반에 속한 Y군은 미국사과목에서 전교 1등을 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학생들의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여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파티에도 참석지 않고 공부만 하고 있는 Y군의 목표는 하버드대,예일대 등 동부의 아이비리그대학.

대부분의 유학생이 그렇듯 Y군도 인종차별의 괴로움을 겪었다. Y군은 미국에 온지 4개월쯤 지났을 때 한 교사에게 『나는 미국의 자유스러움이 좋아 왔다. 당신나라 학생보다 뒤질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무기명으로 보냈다.

당황한 학교측은 편지를 보낸 당돌한 학생이 Y군임을 알고 문제를 삼겠다며 한국의 부모에게 연락해 미국에 오도록 했다. 결국 Y군이 모범생임이 밝혀져 일은 잘 해결됐고 이를 계기로 교사들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Y군은 『자신의 실력과 자부심으로 인종차별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탈선과 방황도 의지만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년여전 국민학교 6학년때 1개월간 머물며 영어공부를 하려고 보스턴의 친척집에 왔던 L모군(16)은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부모를 졸라 그대로 머물렀다. 당초 부모는 1년만 미국학교에 다니게 할 생각이었지만 과목월반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해 그냥 두기로 했다.

미국전역에서도 최고 학교중 하나로 꼽혀 경쟁률이 무척 높은 코네티컷주의 C학교에 입학한 L군은 이 학교에서도 미국교사들이 놀랄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짧은 기간의 미국생활이지만 L군의 부모는 아이가 무척 어른스러워지고 인내심이 강해졌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었던 L군이 기숙사에서의 단체생활이나 인종차별을 겪으며 많이 다듬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 온지 1년된 P모군(17)은 한국에 있을땐 공부도 시원치 않았지만 낭비와 사치가 심해 무던히 부모속을 썩였었다.

교수인 큰아버지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P군은 무엇보다 미국아이들의 검소함과 성실함을 보고 「새사람」이 돼가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배운다』는 P군은 『고독하지만 자립적인 인간으로 크겠다』며 아직까지 한국에는 한번도 가지를 않았다. 우등상을 받을만큼 공부에도 자신이 붙었다.

지난해 8월 LA로 온 K모양(16)역시 처음 4∼5개월 가량은 언어의 벽과 인종차별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지만 이제 스스로도 놀랄만큼 적응을 잘한다. 기숙사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고 원하는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듣는 교육방식이 무척 흥미롭다는 것이다.

숙성한 딸을 혼자 보내고 걱정이 태산같았던 부모도 지난 1월 K양을 보러와서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며 흡족한 기분으로 돌아갔다.

조기유학붐이 일기전인 86년에 뉴욕 모공립고교로 유학왔던 C모군(21)은 명문 예일대에 다닌다. 어차피 유학을 할 바에야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것이 낫다는 부모의 결심에 따라 당시에는 드물었던 조기유학을 온 C군은 혼자 하숙하면서 모든 시련을 이겨냈다.

명문에 속하는 이 학교에서도 1년에 1∼2명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예일대에 합격했을 땐 교포사회에서도 화제가 됐었다.

C군은 대학원을 마친 뒤 귀국,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환경과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진 학교를 선택하고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조기유학을 보낸 부모들의 기본적인 책무다. 그러나 어떻게 생활하고 공부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노력에 달려있다.

뉴욕인근의 S고교에 다니는 K모군(18)은 워낙 공부를 못해 도피유학을 왔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그러나 2년의 미국생활동안 『웬만한 대학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K군은 『나같은 엉터리 유학생 때문에 다른 유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며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봐도 다들 무척 공부를 잘 하고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인 교포 C모 박사는 『미국이 교육의 패러다이스는 아니지만 한국과의 상대적 비교 때문에 유학생들이 쉽게 교육제도와 환경에 만족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공부뿐 아니라 모든 학교 생활,과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하므로 미국아이들보다 몇배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뉴욕 la="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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