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위한 충격요법” 분석/“권좌직결” 후세인도 양보난망걸프전종전 일주년이 갓 지난 중동전의 정세가 심상치않다.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라는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이라크가 거부하고 안보리가 이에 즉각 무력사용불사를 경고하면서 상황은 마치 걸프전발발직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이라크는 안보리가 2주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하자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겸 외무장관이 이끄는 고위대표단을 내주초 유엔에 파견해 유엔의 결의을 따르겠다는 유화적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엔소식통들은 아지즈가 안보리에서 『민수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군사시설의 무차별 폐기는 없어야하며 이라크에 대한 무역제재는 해제해야 한다』는 이라크측의 종래입장만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시말해 「독재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권좌에 있는한 자신의 정권유지와 직결되는 「안보의 완전무장해제」만은 양보하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관측이다.
이런점에서 안보리의 경고는 단순한 「위협용」이 아니라 실제행동용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안보리를 좌지우지는 미영의 결단은 보다 확고해 보인다.
걸프전이후 미국이 아이젠하워와 아메리카호 등 2척의 항모로 편성된 3만여 병력의 전투함단을 폐만과 홍해에 배치된 가운데 영국의 더글러스 허드 외무장관도 「무력제재를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고 맞장구쳐 분위기를 잡고 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폐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소연방의 해체와 걸프전의 승리로 「신국제질서개편」이 돛을 올린 미국의 순탄한 항해를 방해하는 여울목이 후세인의 이라크이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부시가 구해준 유일한 직업은 후세인의 대통령직」이라는 가시돋친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 미국내의 경제침체로 실업률이 8.1%로 증가한 가운데 「화려했던 외치에 비해 내치를 등한히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원성을 빗댄 표현이다. 이는 오는 11월 대통령재선을 목표로 한 부시에게 「모종의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떨어진 인기를 일시에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충격요법」을 가할 희생양이 필요하고 이럴경우 「후세인이 적격」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다시 불거진 이라크와 반정부쿠르드족과의 내란 양상이 이러한 시도의 첫 징후라고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는 분석했다. 지난달 로버트 게이츠 미 중앙정보부(CIA) 부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이라크 반정세력의 모임이 사우디에서 잇달아 개최되는 것 등이 이를 방증해준다.
중동정세를 둘러싼 보다 거시적 시각으로는 이라크에 대한 응징을 통해 이 지역에 새로 대두되는 터키·이란의 「회교패권주의」에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미국의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구 소련의 해체로 재편되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회교권질서에서 보다 과격한 이란의 근본주의확장을 막는 한편 친서방 터키를 자국의 영향력아래에 두려는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냉전종식이후 새로 형성되는 국제질서에서 최대 위협요소가 될 핵국가 대두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도 이라크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미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활동으로 「확실한 핵계획 증거」가 드러난 이라크에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북한,리비아 등 잠재 핵보유국가의 핵개발 의도 자체를 포기하는 압력이 될수있다.
그러나 이라크에 군사보복이 가해지더라도 지난 걸프전과 같은 전면전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라크는 여전히 40만명의 대군을 지닌 군사강국이기는 하지만 지난 전쟁으로 거의 무장해제 상태이어서 전쟁을 확대국면으로 이끌어갈 여력도 없는 형편이다. 미국 등도 대규모 작전을 감행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다. 결국 무력제재가 감행되더라도 이라크의 군사목표물만을 정밀폭격하는 제한전양상을 띨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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