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누출”녹색당원 일색 주서 폐쇄발단/“헌재제소”“형사처벌”극한대립… 주 후퇴【베를린=강병태특파원】 최근 독일연방정부와 헤센주는 핵연료 재처리공장을 둘러싸고 심각한 분쟁을 벌였다.
클라우스 퇴퍼 연방 환경장관은 지난달 12일 헤센주 당국이 연방정부의 「감독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헌법규정을 위반했다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이 「감독지시」는 헤센주가 지난해 여름 방사능 누출위험을 이유로 폐쇄한 하나우시 지멘스사 핵연료 재처리공장의 잔류핵연료 처리를 위해 임시재가동을 허가하라는 것. 퇴퍼 환경장관은 요셉 피셔 헤센 주부총리겸 환경에너지장관이 지시이행 시간을 넘기고 『재가동 불가』를 거듭 천명하자 극한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자 피셔 헤센주 환경장관도 강경히 맞섰다. 그는 지멘스사가 연방환경부의 지시만을 믿고 공장을 재가동시킬 경우 공장책임자들은 물론 퇴퍼 연방 환경장관과 관련연방 관리들을 형사처벌 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의 핵연료 재처리공장은 독일 전체의 21개 원자력발전소에서 우라늄 원료를 태우고 남는 연간 5톤의 플루토늄을 재처리,우라늄과 섞어 「혼합산화연료」(MOX)란 새로운 핵연료로 만드는 공장이다. 산화우라늄 97% 산화플루토늄 3%의 비율로 혼합된 이 MOX는 독일내 원자력발전소 10곳에서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우의 재처리공장이 문제가 된 것은 방사능 누출이 심해 종업원들과 주민피해가 확인된 때문. 그러나 여기에는 헤센주 정부가 연방야당 사민당과 「반핵」을 정강으로 하는 녹색당의 연립정권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헤센주 녹색당 대표인 피셔 환경장관은 지멘스사 등 기업쪽에 가까운 기민·자민연립 연방정부의 시설개선 주장에 맞서 폐쇄조치를 고집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인 논쟁 끝에 결국 지난해 하나우공장의 2개 연료 재처리플랜트중 방사능 누출이 심한 구형시설을 폐쇄해 버렸다.
이 폐쇄조치는 주민들과 환경운동 단체들 진보적 언론으로부터는 획기적 결단으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업계는 이 공장 폐쇄는 핵연료 폐기물 처리를 어렵게 해 핵발전과 원활한 전력공급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조치철회 또는 완화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지멘스사는 특히 폐쇄된 공장에 남아있는 가공과정의 플루토늄을 완전히 재처리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시재가동을 허가할 것을 요구했다. 이 플루토늄은 방사능 위험이 극히 높아 폐기를 위해 재반출 하는 것은 공장 재가동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이 분쟁은 피션 헤센주 환경장관이 후퇴,지난 15일 『형사처벌이 어렵다』며 공장 재가동을 허가함으로써 일단 수습됐다.
피셔 장관이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결말이 뻔한 이 문제를 연방정부와의 사법적 분쟁으로까지 끌고온데는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이 개재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피셔 장관은 차기정권에서 녹색당이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연방환경장관 자리를 노리고 있고 이 때문에 핵연료 재처리공장 문제를 일부러 전국적 이슈로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셔 장관의 개인적 야심여부와 무관하게 이 핵연료 재처리공장을 둘러싼 치열한 사회적 논쟁은 핵안전 문제가 그만큼 사회 전체에서 갈수록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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