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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희와 미당/최성욱 문화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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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희와 미당/최성욱 문화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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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암살범 송두희씨의 눈물과 원로시인 미당 서정주씨의 반성은 만시지탄이긴 하지만,3·1절을 앞두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새삼 우리에게 3·1절을 겨레의 반성하는 날로 되새겨 보게한다.그러나 뼈를 깎는 아픔을 동반하지 않는 한 참회와 반성은 한낱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때,이러한 눈물도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안씨는 백범묘소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서까지 배후가 있는듯한 여운을 남긴채 『배후가 없는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란 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역사청산에 기여할 수는 기회를 버리고 말았다.

안씨가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중에는 『나이가 칠십이 넘을때까지 주위의 눈을 피해가며 숨어 살아야 했던 자신의 설움에 겨워서 울었을 것』이라고 따갑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물을 놓고 「통한의 눈물」,「참회의 눈물」 같은 수식어를 붙인 것은 우리 모두가 그의 사죄와 고백을 너무나 애타게 기다려 왔기 때문이 아닐까.

미당은 계간 「시와 시학」 봄호의 대담기사에서 『그 시절 살기위해 어쩔수 없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친일문제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깨끗하게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미당의 말처럼 우리는 친일문제를 말끔히 씻어내야 했다. 그러나 광복이후 지금까지의 우리역사는 여전히 일그러진 모습으로 이어져 왔고 이는 그러한 당위를 미당같은 지식인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외면해온데에 그 까닭이 있다.

40여년의 세월이 흐른뒤에야 나온 미당의 반성이 반갑고 고맙지만 만시지탄의 느낌을 주는 것도 청산되지 못한 식민지배의 역사가 우리 국민들에게 더 없이 큰 아픔을 안겨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참회에서 진정성이 느껴질때 우리사회는 잊지는 않되 용서는 할 만큼 성숙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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