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일씨 「하얀나라 까만나라」/직업상 고뇌·갈등 “생생”/불합리한 관행 비판도/“독자들에 「친근한 법조계」 도움되기를”검사출신·현직 변호사가 체험을 토대로 국내 최초의 법조소설을 냈다.
77년 서울대 법대 졸업과 함께 19회 사법시험에 합격,80∼85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마산지검 거창지청·부산지검 등에서 검사로 활동하다가 86년 변호사 개업을 한 윤상일씨(37)가 쓴 소설 「하얀나라 까만나라」엔 젊은 법조인의 고민과 갈등이 진솔하게 표현돼 있다.
2년간 집필했다는 「하얀…」은 법조계의 불합리한 관행도 곳곳에서 비판하고 있다.
『법조계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체험담을 소재로 활용했다』는 「하얀…」은 주인공 강동현의 눈을 통해 법조계의 현실을 그려내면서 그가 검사·변호사로서 겪는 고뇌와 시행착오,성숙한 법조인을 향한 결의과정 등 짧은 기간의 성장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고시공부라는 「회색빛 시절」을 뒤로하고 부산지검에 첫발을 내디딘 주인공은 「계급차이와 위계질서는 엄격하지만 검찰조직의 일원이 됨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확실한 보호막을 얻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특수부 공안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화려한 형사부 공판부에서 한달평균 3백여건의 사건기록 더미에 묻혀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전적으로 검사의 판단에 달려있는」 일을 하면서 「조그마한 이익이나 편의때문에,동료검사나 직원들과의 인정이나 의리때문에,혹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나 관례라는 이유로 자신의 자유의 지와 균형감각이 조금씩 침식당하는 것을 묵인한 적은 없었는가」 하는 회의를 갖게된다.
그는 결국 3년만에 검사직을 버리고 상경,변호사 개업을 한다. 현직경력이 짧은 그는 선배들의 걱정대로 사건의뢰가 없어 고전하다가 별수없이 「정기적으로 법원·검찰청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경찰서에도 개업인사를 하는」 유치작전을 펴지만 사거소개인에게 소개비를 주는 관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갈등을 겪는다.
학연이 있는 선배판사에게 『첫 사건이니 잘 좀 처리해달라』고 매달리기도 하고 판사들과의 교제를 위해 골프와 마작을 배우고 때로는 룸살롱에서 판사들에게 「폭탄주」 대접도 해가며 강 변호사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는다.
변호사 보수가 아니라 담당재판부를 접대하라는 명목의 이른바 특별경비를 받았다가 곤경에 처하고 시국사건 변론을 주로 맡는 인권 변호사를 권하는 선배의 요청에 고민하면서 「법률은 곧 상식」이며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보다 담당판사와의 친분 관계에 더 비중을 두어선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또 「범죄는 그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범죄유발인자로 인하여 발생된 것이므로 한 범죄자에게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범죄관도 확립하게 된다.
피의자 접견을 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까만나라(악의 세계)에 사는 범죄자들이 수용된 구치소가 하얀색(선의 세계)이라는 아이러니를 느끼며 작가는 「하얀나라=선 또는 구치소」,「까만나라=악 또는 법조계」라는 대칭적 은유로 책제목을 풀이하는 듯하다. 습작경험이 전혀 없어 애를 먹었다는 윤 변호사는 『본래 의도와 달리 법조계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 두렵다』며 『법조계가 일반인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으려면 좀더 그들과 가까이 있어야 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야 한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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