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중국산… 작년에 76% 늘어/농약·모래등 유해성분 함유/나물류·인삼·참깨등 국산둔갑 폭리도「흙가루섞인 당면」 「농약묻은 산나물」 「약효없는 인삼」….
농수산물 수입이 확대되면서 저질 수입농수산물이 몰려 들어오고 있다.
주로 중국에서 반입되고 있는 이들 저질 수입농수산물은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농약성분 때문에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는데도 가격이 국산에 비해 월등히 싸 국내 생산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수는 반입되기가 무섭게 국산으로 둔갑,비싼 값에 팔리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이중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정부는 수입농수산물에 대한 폐해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원산지표시제를 도입,오는 4월부터 반입되는 물량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으면 수입국으로 반송하고 벌과금을 부과하기로 했으나 여건상 실효가 있을지 의문시 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농산물은 9억4천2백만달러어치로 전년에 비해 무려 76.5%,4억8백만달러어치가 늘어났다. 이는 또 같은 기간 전체 농수산물 수입액의 15%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이 기간중 강낭콩 녹두 등 두류와 옥수수 수수 조 등 사료용 곡물,땅콩 참깨 등 특작물의 수입이 크게 늘었고 표고버섯 은행 곶감 도토리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임산물도 대량 수입됐다. 뿐만 아니다. 복어 홍합 삼치 소라 골뱅이통조림도 마구잡이로 들어와 생산농어민과 관련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중 고사리 표고버섯 곶감 메주 도토리 복어 삼치 골뱅이는 우리나라 총수입액중 중국산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중 시중에서 가장 흔하게 나돌고 있는 것은 각종 나물류이다.
중국산 나물은 저질로 국산과 가격차이가 크지만 겉으로는 구별할 수 없어 일반 소비자는 물론 재배 농민들도 구별을 잘 하지 못할 정도다.
지난 설대목에는 제수용 수요를 노려 깐도라지가 대량 도입됐으나 먹어보아야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여서 국산과 구별없이 비싸게 팔려나갔다.
또 마른 취나물과 두릅도 다량 반입됐으나 이 역시 국산과는 육안으로는 차이가 없어 상당수가 둔갑돼 팔려나갔다.
건강식품으로 최근 찾는 사람이 많아진 도토리묵도 거의 대부분 중국 도토리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로만 따진다면 도토리묵은 더 이상 우리 고유의 음식이 아닌 셈이다.
도토리묵의 주산지인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는 중국 도토리묵을 지역 특산이라고 선전했는가 하면 사료용으로 수입한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판 곳도 있다.
인삼도 중국산이 유통되고 있다. 중국인들도 최고로 치고 있는 국산인삼이지만 중국산이 워낙 값이 싸 대량으로 반입돼 국산으로 둔갑,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충남 금산 등 인삼 주산지의 생산농민들은 자구책으로 지난해 중국산과 국산을 구별하는 법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더덕의 경우는 더욱 한심이다.
국산 더덕과는 달리 향기가 없는 중국산이 대량으로 들어와 속리산이나 설악산 등 관광지에서 토속상품으로 팔려나갔다.
일부 상인들은 중국에서 어린 더덕을 들여와 1년간 우리나라 밭에서 키운 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소비자들의 구분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다.
국산과 가격차가 가장 많아 선상밀수까지 자행되고 있는 참깨는 국산과 구별이 안될 뿐 아니라 참기름으로 가공돼 팔리기 때문에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기가 가장 쉽다. 「진짜 국산 순 참기름」이라고 한들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것이다.
수입물량이 워낙 많아 생산농가와 가공업자들을 도산상태로 몰어 넣은 중국산 당면은 흙가루가 많이 묻어 있어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건조기술과 장비의 낙후로 자연건조를 하다보니 바람에 실려온 미세한 모래가루가 당면에 섞였다는 것이다. 특히 황사형산이 심한 봄철에 제조된 당면일수록 모래가 많아 입에 넣을 수도 없을 정도이다.
한 수입업자는 모래가 워낙 많이 섞여있는 당면을 들여왔다가 팔리지 않아 돼지사료로 처분하기도 했다.
식품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도 『중국산 당면에서 생각 이상으로 모래가 많이 검출되었다』며 『수입이 불가피하다면 건조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제공,제대로 말린것을 들여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수입상들이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마구 들여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당면과 마찬가지로 자연건조를 할 수밖에 없는 일부 나물종류에는 파리 등 해충을 쫓기위해 인체에 해로운 농약을 치고있는 것이 중국을 방문한 우리나라 농업관계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눈앞의 이익을 노려 수입에만 급급한 일부 악덕상인들 때문에 우리는 몸에 해로운 농산물을 중국산인지도 모르고 비싼 값에 사먹고 있는 것이다.<정숭호기자>정숭호기자>
◎미니 해설/원산지표시제 실효 의문/규격·포장판매 선행돼야
현재의 여건상 외국산 농수산물의 수입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일부 품목은 국내 생산이 달려 수요를 댈 수 없으므로 수입이라도 하지 않으면 가격상승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러나 외국 농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돼 비싸게 팔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채 수입을 시작,결국 정부의 농수산물 수입자유화 확대조치는 수입상과 중간상인들의 주머니만 불리는 결과만 가져온 셈이다. 정부는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인정,4월부터는 수입농수산물에 대해서도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수입농수산물에 대해 생산지를 표시토록해 국산으로 위장,판매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효를 거두려면 규격판매나 소포장판매 등을 통한 농수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와 같은 유통체계하에서는 아무리 제도가 좋은들 제대로지켜질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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