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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맞는 교육” 공부하려면「천국」(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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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맞는 교육” 공부하려면「천국」(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0)

입력
199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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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과목수로 심층학습 가능/암기식수업 지양 사고력 함양/“열등생” 차별없어… 친절한 개인교수 부럽기만미국에 온 조기유학생들중 상당수는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을 「악몽」으로 여기며 미국을 「천국」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들의 「천국」은 일부 탈선학생들이 누리는 무분별한 자유의 나라라는 뜻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과 적성에 맞게 전인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능력과 노력부족을 자책하기보다 교육환경 탓으로 돌려버리거나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던 학생들이 지나치게 우리교육을 얕잡아보며 맹목적으로 미국교육의 장점만 내세우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들 모두가 경험한 악몽과 천국의 차이점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뉴욕근처의 모고교로 유학온지 1년반된 K모군(18)은 한국에서의 성적이 끝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였다. K군은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으로부터 인간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시험만 봤다면 『너 때문에 학급성적이 엉망이 됐다』는 담임교사에게 교무실로까지 끌려가 두들겨 맞기도 했다.

K군은 기초가 워낙 부실했던 탓에 10여개 과목 어느 하나 제대로 해볼 엄두를 못냈었다. 운동을 무척 좋아했지만 점심시간에나 잠시,좁디좁은 먼지투성이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미국에 온 K군은 우선 캠퍼스에 매료되고 말았다. 전교생 2백여명의 작은 학교였지만 8채의 교사와 기숙사가 드넓은 땅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건물 주위는 물론 2개의 운동장에는 비단결같은 잔디가 깔려있었다.

자기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학생들에게 화를 내는 식이었던 한국선생님들과 달리 공부를 못한다고 때리는 미국 선생님들은 없었다. 한반에 12명인 교실에서 영어가 형편없이 달리는 K군에게 미국인 교사는 언제나 친절하게 개인지도를 해주었다.

K군은 『공부방식도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여러 과목을 배우느라 맛만 보듯 지나갔지만 미국에선 여섯과목 하나 하나를 깊이있게 배운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면 테니스와 미식축구부에 든 K군은 잔디구장에서 신나게 운동을 한다.

K군은 『나도 모르게 의욕이 생겨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9살까지 산 P군(17)은 상사주재원인 아버지가 본사로 발령이 나면서 한국으로 돌아가 6년을 지낸 뒤 2년전 혼자 다시 왔다. P군은 미국교육을 받았던 경험때문에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P군은 국민학교시절 어머니가 선생님에게 줄 봉투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크리스마스때 카드 한장만 보내도 뛸듯이 기뻐하던 미국선생님들과 비교할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P군은 『한국의 교육이 생각은 안하고 외게만 하는,밥을 떠먹여주는 식이라면 미국교육은 생각을 해야하고 직접 떠먹어야 한다』고 비교했다.

뉴욕 인근의 M고교에 다니는 C·H군(18) 2명은 지난해 12월 미국에 왔다. 한국에 있을때 이들은 술·담배를 시작했고 공부가 싫어 가출까지 했던 불량단짝이었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선생님의 인간차별이 너무나 싫었지만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도록 만드는 이곳에서 의욕이 생겼다』며 『술·담배를 끊고 부모님에게 필요한 책을 보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모고교에 다니는 J군(17)은 『미국선생님은 권위가 있어 학생들 통제가 잘되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한국학생들은 선생님 앞에서 꼼짝 못하는 존경을 하는 척하지만 미국학생들은 겉으로 선생님을 친구처럼 대하면서도 속으로 무척 존경한다는 것이다.

J군은 미국에선 학교 규칙을 어기면 쓰레기 치우기,식기닦기 등의 일을 벌로 주는 등 제도로 권위를 세워가는데 한국은 무조건 때리거나 기합을 주는식으로 다스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따라가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B모양(17·LA C고교)은 『참고서가 필요없어 좋다』며 『체육·음악의 경우 여기에선 열심히 뛰고 악기를 제대로 다룰줄 알면 A학점을 주지만 한국에서는 쓸데없이 필기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공식외듯 암기를 해야 했다』고 어처구니 없어했다.

이들의 말처럼 조기유학생들에게 미국은 교육의 천국처럼 비쳐진다. 아들을 조기유학 보내기전에 출장을 이용,미국·캐나다·호주 등지의 유학생들을 만나 사전조사를 했던 M모씨(42)는 『수십명을 만났지만 모두 한국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며 당분간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학생들의 지적을 어린학생들의 미숙한 판단이라고 넘겨버릴 수 있을까.

이들이 지적한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사실과 다르다고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뉴욕·la=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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