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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관·지역감정(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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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관·지역감정(정경희칼럼)

입력
199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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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원래 반드시 지켜야될 최저선의 규범이다. 그러나 한국의 법은 될 수 있으면 지켜달라는 일종의 「권장사항」 같다. 그래서 서울시내 초·중·고교생들 열사람중 아홉 아니면 거의 전부가 법을 믿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사회에 불법이 난무하고,어른들이 법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박성혁씨·서울 경서중).선거관리위원회는 14대 국회의원 선거운동비 상한선을 전국평균 1억2천만원으로 결정했다. 물론 이것도 사실상 허수아비만도 못한 「권장사항」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10당5락」이란 10억원을 써야 당선된다는 것이다.

지역주민 4천명에게 3천원짜리 식권 두장씩 뿌렸다면 2천4백만원어치가 된다. 그러니까 여당인 민자당은 후보 한 사람에 10억,재벌당인 국민당은 10억대 이상,야당인 민주당은 수억원을 쓸거라는 얘기도 그럴싸한 계산이다. 재벌이 돈뭉치 들고 정치판에 끼어들게 됐으니 금권정치도 올데까지 온 셈이다.

여당후보에게는 또다른 보너스가 있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정부 「공약」이다. 노태우대통령은 전국각지를 돌면서 지역개발을 강조해 야당의 비난을 샀고,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정부나 지방관청의 「정책홍보」를 자제하라고 했다.

「지역개발공약」은 말하자면 현금 대신 뿌리는 약속어음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어음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을 담보로 하는 것이니까 유권자로서는 「내닭 잡아먹기」나 같다.

열네번째 치르는 국회의원선거전의 막이 오르고 보니,예상대로 사상최대의 돈잔치가 돼가는 것 같다. 게다가 30년 가까운 군사통치의 유산인 「지역감정작전」이 염치를 내팽개친 듯 춤추고 있다. 『대구·경북은 우리나라가 혼란과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이룩한 30년 동안 많은 인재를 배출한 지역』이라는 어이없는 TK예찬론이 서슴없이 나왔다.

열네번씩 치르는 선거에서 변하지 않은 「전통」도 있다. 야당을 무조건 「혼란」과 「선동」으로 몰아붙이고,집권여당을 스스로 「안정」으로 미화하는 방정식이다. 3당 합당으로 여당의 깃발을 든 정치인도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서 똑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정치란 참 우스운 것이다.

사실 타협에 바탕을 둔 안정은 3당합당전 「여소야대」 국회때에만 존재했었다. 안정을 위해 중요한 것은 여·야의 균형이지 일방적으로 큰 거대여당은 아니란 말이 된다. 그런 뜻에서 야당에게 지워진 책임도 크다.

그 누구보다도 유권자의 책임은 막중하다. 금권·관권·지역감정이 총동원되는 선거에서 한걸음이라도 벗어나야 한다. 눈을 크게 떠야 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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