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치의 파행/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치의 파행/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2.26 00:00
0 0

이번 총선거가 초반단계이지마는 정치행태를 지켜볼수록 남덕우 전 총리의 고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난국 극복에 도움이 될만한 정치적 지도력은 기대하기 어렵고 정치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우리정치의 전근대성과 파행성에 대해 이처럼 정곡을 찌른 말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최대의 과제는 국제경쟁력의 회복이다. 이것은 경제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국제경쟁력은 기술개발,설비 및 사회간접 투자의 확대,노동생산성의 향상,시장확대 등 종합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이들 요인과 그 효과의 확대를 위해서는 정치질서와 가치관의 확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정치의 민주화·건전화의 여부는 이제는 국가존망의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정치가 근대화 되자면 정치적으로 민주화의 관행이 뿌리내려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과중한 부담이 되지 말아야 한다. 불행히도 지금 우리의 정치수준은 이 양면에서 낙제점이다. 정치적으로 제3,5공의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 일부 남아있다. 이번 선거의 공천에서 탈락한 여당인 민자당 인사들이 「외압」에 의해 출마저지를 받고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당의 공천을 받은 여권인사들이 일부 출마를 사퇴하고 있고 일부 지명도 높은 구 여권 인사들은 무소속 출마라도 외압의 제동을 받고 있는 것이 가시화되고 있다. 6공 아래에서 「민주화」가 상당히 진척됐다고는 하나 아직 갈길이 먼 것을 말해준다. 자유민주주의가 표상하는 기본권의 하나인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이 헌법의 규정대로 보장돼야 한다. 경제관계와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정·경관계」의 확립이 필요 불가결하다. 정치자금이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 자신 또는 측근 대리자리에 의해 직접 조성돼서는 정·경유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경제적 누수가 차단될 수 없는 것이다.

월간조선(3월호)은 『전 대통령이 7년간 직접 거둔 정치자금은 최저 4천억원,통치성 자금은 약 2천6백60억원,합쳐서 6천6백6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정치자금 규모는 정확히 알길이 없으나 하여튼 엄청난 액수라는 것만은 유추할 수 있다. 정치자금의 루트와 규모가 투명해야겠다. 여기에 필요한 수단의 하나가 금융실명제다. 일시에 예금,단자,주식 사채 등 모든 금융자산에 실시하면 경제충격이 클 것이므로 우선 예금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견해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린다.

또한 올바른 정·경관계 설정에는 정치권력의 권력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제5공때 국제그룹 해체는 부실기업 정리의 이름아래 이뤄졌으나 「괘씸죄」 때문이었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다. 현재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국민당을 창당한 현대그룹에 대한 「외압」은 국제그룹과 5공과의 관계와는 동기와 처리방식,파급영향 등에서 사뭇 다르나 압력은 압력이다. 정 전 명예회장은 당을 창설,노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의 기존 정치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창당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인력과 조직력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대해 6공의 관계기관들은 기업자금의 정치자금화를 막는다는 명분아래 신규대출 중단은 물론 증권,보험,단자 등 제2금융권에서의 직접자금 조달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정 국민당 대표는 급기야는 25일 『현대가 부도가 날 경우 우리나라 경제의 3분의 1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에대해 박범진 민자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정치야심을 채우기 위해 현대를 인질삼아 국민전체를 위협하려는 자해공갈단 수법이다』고 했다.

정 대표와 집권권력이 현대그룹에 대해 정·경 분리원칙 적용을 합의해야한다. 현대그룹이 정치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정치가 경제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유도해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