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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형 복역수 16년만에 누명벗어(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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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형 복역수 16년만에 누명벗어(세계의 사회면)

입력
199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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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고법,여아살해 용의자에 무죄확정 석방/사건당시 기초증거 무시…“영국의 수치” 충격【런던=원인성특파원】 여자어린이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16년동안 복역했던 한 유고계 영국인이 지난 18일 고등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돼 풀려났다. 이 사건은 경찰 변호인 법원 등 관계당사자들이 기초적인 증거조차 무시한 채 한 시민의 인권을 짓밟았다는 점 때문에 영국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1세였던 래슐리 몰시드라는 여자어린이가 랑카셔의 집 근처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넉달뒤인 12월 스테판 키츠코라는 당시 23세의 세무서 직원을 용의자로 지목해 조사한 뒤 범인으로 단정,재판에 회부했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키츠코의 자백과 그의 승용차 카펫과 어린이의 시체에서 발견된 섬유가 같다는 점 등이었다. 키츠코는 재판에서 자신의 자백은 변호인 접견이 차단된 상태에서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 조차 성불구증세 때문에 약물치료를 받아왔고 정신분열증세가 약간 있었던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이 사건의 판결이 16년만에 번복되기까지는 그의 어머니 살로트와 변호사 말론,경관출신의 사설탐정 잭슨 등 세사람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아들의 결백을 확신했던 어머니는 지난 87년 두사람에게 도움을 간청했고 열의에 감복한 이들은 사건의 재조사에 착수했다. 관계서류와 증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말론과 잭슨은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사건당시 키츠코가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확실했고 증거로 제시된 카펫은 살인사건 이후에 장만한 것이었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경찰은 물론 변호인조차 외면했던 것이다. 더구나 시체에서 발견된 정액에는 정자가 있었으나 키츠코는 성불구자로 정자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은폐된 사실을 찾아냈다.

지난 18일 풀려난 뒤 병원에서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 키츠코는 석방 직후 자신은 영국법원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백한 과학적 증거조차 은폐한 채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만든 경찰,변호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저명한 변호인,충실한 심리를 않고 판결을 내린 법원 등 국가기관이 모두 인권 유린행위를 방조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영국의 수치」라고 불리고 있다. 그를 범인으로 몰고갔던 결정적인 인물인 당시의 수사반장은 이미 죽은 뒤여서 사건의 조작과정을 파헤치기도 힘들게 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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