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탄압” 자료제공 거부/“위장분산 확인 정상업무”현대가 국세청의 자금조사에 강력하게 반발,국세청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또다시 한판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 사상 초유인 1천3백억원대의 세금을 현대측에 물린 국세청이 불과 2개월만에 다시 정 전 회장일가 등의 주식계좌를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현대는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2차조사의 핵심은 정 전 회장의 주식계좌 내역중 정 전 회장 계좌에 주식이 얼마나 있고 언제 얼마만큼 처분해 얼마를 빼갔는지 알아보겠으니 주식거래원장을 달라는 것이다. 현대측은 단호하다. 국세청의 공식요청이 있은지 보름이 넘도록 「절대불가」다. 오히려 지난해 조사때와는 달리 개인에 대한 「정치탄압」이라고 선제공격한다.
국세청 특별조사국팀이 나가 보름이 지나도록 장부는 커녕 통장하나 못얻기는 이번이 처음. 국세청팀은 이같은 「수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2일에도 『더 매길 세금을 찾아내겠다』며 여의도 현대증권 사장실에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는 여전히 「노」다. 과연 정 전 회장 계좌에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들어있길래 이 야단일까.
○…국세청이 자금동원의 최대젖줄인 은행예금통장을 제쳐놓고 주식계좌를 제1의 조사대상으로 삼은 것은 주식시장이 갖는 은밀성 때문.
은행예탁 등 다른 금융기관 저축은 수표번호 추적 등을 통해 누가 누구에게 돈을 건네주었는지 비교적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증시는 대표적인 검은 돈의 「돈세탁」 장소. 유흥가 폭력배의 자금이든 정치자금이든지간에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거래를 한뒤 현금으로 찾아가면 떳떳한 「돈」으로 행세할 수 있게 된다. 또 「신용」을 생명으로 여기는 증권사 직원들은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준다.
특히 우리 증시에는 가명이나 차명계좌 개설을 법적으로 허용,이같은 돈세탁은 더욱 용이하다.
○…현대측은 이같은 국세청의 시각과 접근방식을 터무니 없는 것으로 일축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경제적 외압이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깨끗한 돈을 정치자금화해도 구설수에 오르는 판인데 정체불명의 자금을 아무리 안전하다 하더라도 증시에서 조달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현대측은 대신 1차조사가 현대그룹에 집중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조사는 정 전 회장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점을 중요시 한다.
국민당과 정 전 회장의 은밀한 주요 자금공급 트의 하나일수도 있는 주식계좌에 서치라이트를 집중,훤하게 비쳐내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논리다.
특히 이번 조사기간이 지난 7일부터 4월6일까지 인점을 미루어 총선기간중에는 조사에 따른 자금차단과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총선후에는 추가적인 대규모의 세금을 또 부과,오는 연말의 대통령선거에서도 발을 묶어두자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같은 현대측의 논리를 전면 부정하고 『이번 조사는 정 전 회장의 주식위장분산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하고 있다.
즉 국내재벌들은 통상임직원 등의 명의로 주식을 돌려놓고 있는데 지난해말 현대상선의 법인세 조사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 정 전 회장이 위장해서 주식을 나눠놓은 것으로 보이는 현대그룹 핵심인사 53명의 계좌를 조사한다는 것.
○…정 전 회장은 자신의 주식계좌를 통해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대략 1천2백억원정도를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인척 계좌를 포함하면 2천6백억원대에 달한다는 소문도 있으나 아직까지 확인 된바는 없다.
지금까지 이같은 국세청의 자료요청에 금융기관들이 선선히 협조해왔던 것이 관례.
그러나 이번에 막상 현대측이 원칙을 내세우며 「협조불가」를 선언하고 나옴에 따라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주목된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법원에 제출명령이나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는 경우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권회사 임원 및 직원에 대해 고객계좌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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