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물고기(활어)를 물에서 꺼내 도마위에 올려놓으면 긴장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몸을 움츠리게 된다. 이 순간에 횟감을 뜨면 감칠맛이 난다. 회의 진미는 이러한 긴장감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군침이 도는 이야기이다.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회를 최고로 친다. 이 순간에 다룬 회의 독특한 맛을 아는 사람만이 회맛의 진수를 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문제는 활어의 특성상 지니는 비싼 가격이다.
우리도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활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수족관에서 활어가 유영하는 횟집을 찾기가 이젠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리도 비싼것은 일본과 다름없다. 서울 영동의 횟집에 가 둘이 활어회를 적당히 즐기려면 10만원 이상 필요하다.
활어는 돈덩어리인 바로 「금어」다. 바다에서 이를잡아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수송비용이 활어 자체값과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활어 한마리를 나르는데 대개 활어 10배의 바닷물이 필요하다. 운송거리가 멀면 물이 오염돼 고기가 죽을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갖가지 방법이 이용되고 수송시간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까지 동원되는데 특히 외국에서 이를 수입할 때는 거의 비행기를 이용한다. 바닷물이 새는 경우 비행기 기체를 부각시키는 문제 등 어려움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물을 뺀 활어만의 수송작전이다. 물없이 어떻게 산고기를 죽이지 않고 나를 수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현대과학은 이를 거뜬히 해내고 있다. 고기를 넣은 수조의 온도를 서서히 낮춰간다. 온도가 내려 갈수록 고기의 호흡 횟수가 줄어든다. 소위 가면상태에 빠진다. 이에 물을 빼도 고기는 서너시간 죽지않고 버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이처럼 수송이 까다롭고 비싼 활선어를 자그마치 1억5천만달러(1천1백70억원) 어치나 수입했다(한국일보 21일자 7면). 이는 90년보다 90.7%나 늘어난 것이다. 전부 활어가 아니고 선어가 많이 곁들여 있지만 일본에서 수입한 도미 활어만도 1천1백만달러(85억6천만원)어치나 된다. 놀라운 양이다.
현재 세계에서 생선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섬나라 일본이다. 1인당 연간 71㎏(86∼88 3년간 평균)을 먹어치운다. 2위는 반도의 나라에 사는 한국인으로 1인당 50㎏을 소비한다. 우리의 생선소비량에 놀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활어소비량도 틀림없이 일본 다음일 것이다. 국민소득과의 상관관계를 따진다면 우리가 활어를 가장 많이 먹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많이먹는 고급활어중 일부를 제외한 거의 전부가 일본 등에서 수입되고 있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와 달리 생선을 가장 많이 먹고 1년에 1백10억달러 이상의 수산물을 수입하는 일본은 활어만은 양식 등으로 자급자족한다. 횟감용인 고급어종 활어를 수입한다는 이야길 듣지 못했다. 오히려 활어의 대표선수인 도미는 그들의 식탁에 올리기 보다는 한국 등에 수출하고 있고 현재는 바다의 소라고 할 수 있는 참치양식까지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현실과 우리를 비교할때 활어수입은 과소비임에 틀림없다. 활어가 도마위에서 한번 뛸때마다 달러가 날아가고 칼질 한번에 우리경제가 신음한다는 사실을 되씹어야 한다. 활어는 「금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