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정부를 향해 공명선거 관리를 당부하는 공한을 보낸것은 「협조」 요청보다는 다분히 「경고」적 의미를 담고있어 매우 씁쓸하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에 대한 선관위의 경고가 항용있게 마련인 것은 정당이 선거주체라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랄 수 있다.그러나 이번의 선관위 공한은 선거관리의 주체인 정부를 상대로하고 있고 이는 역대선거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정부나 정당들이 내세워온 「공명」이 구두선이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최근 정당이나 정부주변에서 자행돼온 일들을 되짚어보면 선관위의 메시지는 진정 최소한의 만류임을 깨닫게 해준다.
정당은 후보자별로 지구당개편대회나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갖가기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랑하며 편법 선거운동을 일삼는다. 여기에 당수뇌부들은 공공연한 지원유세를 펼치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마치 힘과 돈을 가진 순으로 위법·탈법의 퍼레이드를 선보이는 것 같다.
정부쪽에 눈을 돌려보면 정부 역시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연히 시기가 선거와 맞물렸을 뿐이라는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각부장관 등 기관장들의 동시다발적인 지방나들이는 분명 급증했고 많은 지역사업들이 선거전에 착수되고 있다. 대통령의 지방순시를 보는 눈길에 이런 색채가 담겨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후보들의 의정보고서를 직접 돌리며 선거운동을 거드는 행정말단 조직 이동장들의 「한몫」들이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결과로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 무소속의원의 피습사건이 일어나고 출마 예상자가 출국하거나 감시를 받는다는 얘기까지 곁들여 「공작정치」니 「외압」이니하는 의혹들까지 생기는 판이고 보면 어수선함은 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 경고가 얼마나 먹혀들지는 알 수 없다.
헌법기관이면서도 선거 관련 예산을 정부로부터 타야하는게 선관위의 적나라한 위상이라면 구태여 보탤말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볼수록 더더욱 부각되는 것은 선심행정·관권개입을 「주체적」으로 저지를 행정기관들의 자의적 힘 뿐이라는 느낌이다.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이같은 시비는 언제나 유권자들에게 심판의 몫이 돌아가곤 했지만,선관위로부터 공한까지 받게된 이번의 경우를 보는 국민들의 눈은 더한층 커질 것으로 믿는다.
정당이 선거의 주체이고 정부가 관리의 주체라고 하더라도,유권자들의 주권앞에 이들은 모두 객체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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