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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고의 만학열… 「빛과 소금」 다짐/국내유일 공민 기청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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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고의 만학열… 「빛과 소금」 다짐/국내유일 공민 기청학교 졸업식

입력
199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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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0대 여학생 눈물의 송·답사국내에 단 하나 남은 공민학교가 21일 졸업식을 갖고 87명의 졸업생을 새로 배출했다. 초등교육을 받지못한 학령초과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준학교인 공민학교는 52년당시 3만여군데나 되던 것이 40년만에 한 군데로 줄어들어 우리 교육사의 한 고비를 이루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YWCA강당에서 21일 하오2시 열린 기청학교(교장 서명호·61·여)의 52회 졸업식은 고운 한복차림의 졸업생들과 가족 친지 재학생 교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여느 졸업식보다 더 숙연한 분위기였다.

40대에서 50대의 가정주부가 대부분인 졸업생들은 3년 동안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향학열을 불태웠던 학교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가족들에게 안길 졸업장을 자랑스러워했다.

졸업장 및 상장수여,학교장말씀 축사 등 식순마다 일어서서 「선생님께 경례」를 올렸던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대표가 후배들에게 남기는 답사를 읽을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졸업생 이정심씨(64)는 답사에서 『누가 오늘의 자랑스런 졸업식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무지와 몽매에서 남모르게 암담한 나날을 보내다가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을 갖고 학교를 다녔고 이제 졸업하게 됩니다』라고 졸업생들의 소감을 피력했다.

『수업시간이면 어린애 같이 동심에 젖어 깔깔 웃기도 했고 산수문제를 못풀어 선생님을 괴롭히기도 했다』는 이씨는 『이제 자신감을 갖고 세상에 나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위해 노력하겠다』며 울먹였다.

일제시대인 1924년 문맹퇴치와 여성계몽을 위해 문을 연 YWCA 야간강습소가 모체인 기청학교는 36년 기청여학원,47년 기청학교로 각각 인가받아 지금까지 2천1백9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청학교의 학생들은 갈수록 노령화하고 있어 올 졸업생 87명중 30대가 14명,40대가 29명,50대와 60대가 43명이었다.

대부분 시대상황과 가정형편상 국민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이들은 기독교교육,국어,산수,사회,자연 등 국민학교과정 교육을 받았는데 과반수가 검정고시 등으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서명호 3대 교장과 김영자씨(52) 한문자씨(49) 노석순씨(40) 등 3명의 교사는 앞으로 10년후면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학교 취학률이 1백%에 가까운 지금 공민학교나 전국에 11군데뿐인 고등공민학교(중학과정)는 소멸될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도시에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비문해 인구가 20%를 넘는 점을 들어 공민학교 교육의 퇴조가 곧 공민학교 교육의 필요성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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