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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른 「뉴키즈 광란」/김동익 새문안교회 목사(종교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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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른 「뉴키즈 광란」/김동익 새문안교회 목사(종교인칼럼)

입력
199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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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들은 지금 비틀거리고 있다. 이번 「뉴키즈 광란」은 우리들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방황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5인조 팝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이 내한하는 날 1천여명의 청소년들이 김포공항에서 장사진을 쳤고,17일 저녁 올림픽 경기장 공연에서는 70여명이 부상당했고 그중 한 여학생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너무나 엄청난 광란이며,청소년 지도에 무관심했던 기성세대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이번 「뉴키즈 광란」은 단순히 젊은이들의 문제로만 돌릴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지금 우리사회는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다. 젊은이들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어디를 가도 「공부하라」는 말 밖에 듣지 못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인격형성과 정서함양보다는 입시에 치중한 나머지 학생들은 입시중압감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얼마전 한 재수생으로부터 받은 편지가 나의 마음을 지금도 울리고 있다.

『목사님… 지금 제가 가야할 길이 어딘지를 몰라 매일 우울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날로 치열해져가는 입시경쟁속에서 저는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받지 못한채 살아왔습니다. 친구와의 우정은 어느새 경쟁관계로 변해버렸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주초·주말·월말·중간·기말·모의고사는 우리를 질식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해도 우리가운데 불과 30%만 겨우 대학 문턱에 발을 디딜뿐 나머지는 낙오자로 취급되고 맙니다. 저는 지난해 이런 낙오자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도 또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앞이 캄캄합니다.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습니다…』

어디 이 편지를 보낸 학생만의 심정이겠는가. 우리사회에서 자라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겪는 고뇌일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자살 또는 자살기도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1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중에 거의 절반이 2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무엇보다 먼저 학교교육의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학 입시 수험기관으로서의 학교가 아니라 전인교육의 도장으로서의 학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 못지 않게 공부 못하는 학생들도 친근감을 갖는 학교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부에 짓눌린 청소년들이,특히 경쟁에서 낙오된 청소년들이 마음을 붙일곳이 우리사회에 어디에 있는가. 건전한 놀이터가 어디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가라고 권할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 건전한 놀이문화가 형성되어야 하겠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중에는 학교나 가정에서 성실한 학생들도 많다. 외형적으로는 성실하게 보여도 내면적으로는 마음 붙일곳 없이 공허한 상태의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이 「뉴키즈 광란」에 끌리고 만다. 이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청소년들이 젊음을 발산하고 이상을 키울 수 있는 여건과 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나 학교·종교 또는 사회단체가 공동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청소년 주변에 있는 유해업소가 정화되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얄팍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청소년을 이용하고 유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잘 다니는 학교나 주택가 어디를 가도 유해업소가 없는 곳이 없다. 만화 비디오가게 술집 여관 등 업소들이 청소년의 세계를 포위하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 방치한다면 청소년들의 탈선은 계속 증가하리라 본다. 이번 「뉴키즈 광란」도 어른들의 장삿속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기성세대의 각성과 의식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청소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그리고 또하나 중요한 것은 가정이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가정은 사랑과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다. 과거에는 집이 삶의 터전이었으나 오늘날의 집은 재산 증식의 도구가 되고 있다. 재산증식의 기회만되면 정든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 일쑤다. 그러니 정든 집,정든 이웃이 없다. 거기다 생계를 위해 부부가 함께 일나가면 자녀들은 더욱 고독하게 지낼 수 밖에 없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성취나 생활영역 확대를 위해 자녀들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독립된 인격인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관찰보다 훨씬 깊이 많이 알고 있다. 자녀들이 어리다고 얕보게 될때 자녀들은 냉소적이 되기 쉽다. 어른들은 자신의 감정을 자녀들에게 퍼붓지 말아야 한다. 자녀들은 어른들의 감정을 처리하는 휴지통이 아니다. 감정을 처리할줄 아는 부모밑에서 건전한 자녀들이 자란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마땅히 가르쳐야할 것을 가르치는 훈계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10년후,20년후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역할을 그들이 하게 될것이다. 청소년을 바라볼때 문제의 대상으로서,또는 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보다 그들을 깊이 이해하면서 새 세대의 동반자로서 또는 세 새대 발전의 동력이 되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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