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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권 양분… 통제능력 상실로 관리들 부패(특파원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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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권 양분… 통제능력 상실로 관리들 부패(특파원광장)

입력
1992.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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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끝낸 캄보디아 정정 불안/정치테러 잇달아… 시민들 분노/곳곳에 탱크·병력 배치… 시아누크공 “유엔군 조기진입” 호소유엔의 중재에 의한 파리평화협정으로 12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개방화를 급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캄보디아에 최근 관리들의 부정부패 만연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정치테러로 인해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이 아직 본격적으로 캄보디아에 진주하지 않은 가운데 프놈펜거리는 얼마전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장군인들이 곳곳에 배치돼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있다. 정부관리의 부패에 항의하는 시민과 학생의 시위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캄보디아에서 고위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나 내전종식과 함께 개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욱 노골화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리들은 직원들의 봉급마저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악화되자 요지의 정부소유 건물을 외국인 투자가에게 무분별하게 팔아 넘기는 와중에서 거액의 돈을 착복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폭발한 시민 학생들의 일련의 폭동시위가 유혈진압에 의해 일단 가라앉긴 했으나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극도에 달하고 있어 다시 시위가 불붙을 경우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이후 정부관리들이 프놈펜 시내의 캄푸치아 위클리지공장,국방부연구소,은행,호텔 등 요지의 쓸만한 건물을 거의 싱가포르 태국 호주 대만 부동산 투자가들에게 소리없이 팔아 넘기고 거액의 돈을 챙기고 있다고 시민들은 항의하고 있다. 현재 시아누크공을 국가원수로 훈센 총리가 집권하고 있으나 4대 정파로 구성된 최고민족협의회(SNC)와 유엔임시행정기구(UNTAC) 등으로 통치권이 사실상 분할된 상태에 있어 관리들의 부동산매각 등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연구소 소속 현역 대위인 누게트 바니씨는 『간부 4명이 연구소건물을 외국인에게 팔아치운뒤 매각금액의 3분의 1만 정부에 바치고 나머지 돈은 서로 나눠 먹었다』면서 『그들은 매각직후 새차를 사고 부인들은 보석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시민은 『론놀이나 크메르 루주 집권당시에도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심했으나 지금과 같이 노골적이지는 않았다』며 『이대로 가다간 어떤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불안해 했다. 시민들 사이에는 『어젯밤 어느 관리가 운영하는 가게가 주민들에 의해 털렸다』는 등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연일 퍼지면서 민심은 흉흉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22일 정부의 부패상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개혁을 외쳤던 현 정권의 티아 분통 종교부장관이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사살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28일엔 지난 90년 정치범으로 투옥돼 17개월간 감옥에 있다가 최근 석방돼 새로운 민주정당을 설립중이던 웅 판 전 교통통신부장관(41)이 총기습격을 모면했다. 또 지난 7일 저녁 사이 춘훈 부수상의 공보비서인 코름 츠호른씨가 차를 타고 가다 괴한들의 권총습격을 받았으나 무사했다.

이러한 테러에 대해 정부당국은 『크메르 루주 등 평화를 해치려는 불순집단의 책동』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으나 많은 국민들은 내무성소속 비밀경찰의 소행으로 믿고있다.

정치분석가들은 훈센 총리 등 현 집권층이 유엔평화유지군(약 2만명)이 오는 4월 진주하기 전에 반대세력을 제거,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테러공작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혼란속에 실질적 지도자인 시아누크공의 공보비서인 호주의 줄리오 젤드레스씨가 『시아누크공은 부패를 방지할 능력이 없다』며 사임했고 시아누크도 SNC의장에서 사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유엔군의 조기진입을 호소했다.

골치가 아픈 시아누크공은 가장 무더운 계절인 오는 3월과 4월 북경과 평양을 방문,휴가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에 훈센과 손잡은 그의 아들 부총리 노로돔 차크라퐁씨가 내년에 있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닦아놓으라는 의도로도 보인다.

그래서 훈센정부는 최근 반테러법을 만들고 국가보위부를 신설하는 등 재집권을 위해 정적을 장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캄보디아의 정치상황은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프놈펜=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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