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졸업식”/우리들만 어떻게 교문 나서나/“빨리 돌아오라” 목메인 송·답사19일 상오 열린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국민학교 58회 졸업식을 시종 침울한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여느해처럼 졸업생과 재학생,학부모들이 꽃다발을 들고 작은 운동장을 꽉 메웠지만 어느 누구도 웃고 떠들썩하게 축하를 나누지 않았다.
지난해 3월21일 실종된 이 학교의 개구리소년 다섯명중 가장 형뻘인 우철원군(13)의 자리가 비워진채 졸업식이 치러진 때문이었다.
한시간 남짓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철원이 친구들은 내내 눈물을 글썽거렸고 앞에선 선생님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교장선생님의 졸업축사나 재학생,졸업생의 송사,답사는 모두 철원이와 다른 네친구의 무사생환을 비는 간절한 기도일 수 밖에 없었다.
정문곤교장(59)은 『우군이 오늘 영광의 졸업장을 받지못하게 된것이 하늘에 사무치도록 애석하다』며 눈시울 붉혔고 송사를 읽은 허경란양(11·5학년)은 『철원이 오빠에게 꽃다발을 줄 수 없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다 목이 메었다.
졸업생 대표 허정우군(13)이 『철원이를 두고 차마 교문밖을 나설수가 없다』고 울먹였을때는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
이날 개구리소년 김종식군(10·3학년)의 아버지 김철규씨(40)와 김영규군(11·4학년)의 아버지 김현도씨(47)가 학부모를 틈에 끼여 아들 친구가 빠진 졸업식을 지켜보았다.
두아버지는 이날 아침 철원이 집에 들러 부모들에게 같이 갈 것을 권유했으나 어머니 장명자씨(39)는 『마음이 아파 도저히 졸업식을 지켜볼 자신이 없다』며 주저앉았다.
두 아버지는 졸업식후 아이들을 따라 6학년8반 교실에 들어가 철원이의 빈책상위에 꽃다발을 올려놓았다.
철원이 자리옆에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돌아와라 친구들아」라고 간절한 소원을 써붙였다.
담임 김광자교사(30·여)는 두 아버지에게 『담임을 맡으면 반학생들을 모두 졸업시키는 것이 당연한 도리인데 큰죄를 지은 것 같다』며 머리를 숙였다.
교실에서 작별인사가 진행되는 동안 철원이와 가장 친했던 조은화양(13)도 자신이 받은 꽃다발을 친구책상에 얹고는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식장을 나온 두 아버지는 와룡산이 빤히 보이는 운동장 한켠의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 학교 33회 졸업생이기도 한 김철규씨는 『이곳을 지날때마다 옛날 우리때처럼 이 나무 그늘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흐뭇하고 든든했었는데…』라며 끝내 참았던 눈을 쏟았다.
지난 10월 새로 부임한 관할 달서경찰서 성서파출소장 김동길경위(52)는 울고 있는 두 아버지에게 『백방으로 수사하고 있으니 곧 아들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고 위로했다.
두 아버지는 내년 이맘때 얼싸안고 축하할 졸업식이 되기를 빌며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대구=이상곤기자>대구=이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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