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음악인들 한국 상륙 “러시”/우수한 재능… 유치비용 저렴/헝가리등 동구권출신 강세소련·동구사회의 개방에 따라 국내에 장기간 머물며 교향악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유럽음악인들이 차츰 우리음악계에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 「수입음악인」들은 국내 교향악단의 가장 취약분야인 지휘와 관악부문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를 제공하고 월 7백달러(54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쓸모있는 인재」를 구할 수 있다는 매력때문에 재정기반이 취약한 민간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동구권 음악인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있으며,교향악단들은 주로 소비예트아트,룸아트(헝가리) 등 동구권 음악전문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접촉을 통해 이같은 수요를 채워나가고 있다.
한국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첫 유럽음악인은 지난 82년 KBS교향악단의 수석객원 지휘자로 영입된 발터 길레센(당시 41세). 카라얀의 수제자로 2년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부지휘자로 활약하기도 한 그는 83년까지 1년의 반을 한국에 머물며 단원들을 지도하는 등 사실상 상임지휘자의 역할을 떠맡았다.
KBS교향악단은 또 82년 「관파트를 보강해야만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여론에 따라 트롬본 수석주자 로버트 모이어(미) 등 관악주자 6명을 주거제공에 월 2천달러(1백55만원)의,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불러들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방교향악단으로는 부산시향이 처음으로 89년 11월 소련태생의 마크 고렌슈타인(46)을 상임지휘자로 영입했다. 그는 90년 재계약(계약기간 2년)을 체결해 기대를 모았으나 단원들과의 불화와 음악감독 임명을 둘러싼 알력때문에 지난해 12월 도중하차했다. 그는 아파트제공 외에 월급여 3천2백달러(2백48만원)를 받았다.
민간교향악단으로는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90년 2월 1년 계약으로 카롤리 안지안(38·바이올린) 게자 하르지타이(31·바순) 라스즐로 니아리(27·바이올린) 보르 모카니(27·비올라) 코놀스 울프(27·오보에) 등 헝가리 리스트음악원 출신 5명을 데리고와 국내음악계에 「동구권연주자 수입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올해 국내교향악단에서 활동할 「수입음악인」은 지휘자 6명,연주자 8명 등 모두 14명이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고있는 인물은 2년간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일할 오트마 마가(63·독). 그는 4월5일부터 5월23일(7주),8월24일부터 10월3일(6주),11월15일부터 12월19일(5주)까지 총 18주 동안 국내에 체류하며 6차례의 정기연주회 등 24회의 연주회를 지휘할 예정이다. 93년에는 24주,94년에는 6주간 국내에 체류토록 계약돼있다. 체류기간중에는 광명시 철산동 사원아파트가 숙소로 제공되며 개런티는 항공료를 따로 주고 1년 기준 4만∼5만달러(3천1백만∼3천9백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견실하고 지적인 지휘로 정평이 난 그는 헝가리계 독일인으로 뉘른베르크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거쳐 현재 덴마크 오덴스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겸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헝가리출신 유대계 지휘자 모세 아츠몬(61)과 소련의 망명지휘자 박탕 조르다니아(50)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KBS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무대에 선다.
아츠몬은 레너드 번스타인상 수상,리버풀 국제지휘자 콩쿠르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현재 나고야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활동중이다. 거장 므라빈스키 문하에서 지휘수업을 한 조르다니아는 83년 서방세계로 망명했으며 84년부터 매년 KBS교향악단을 객원지휘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90년부터 올해까지 3년이며 매년 2∼3회의 연주회를 지휘토록 돼있다. 올해의 경우에는 아츠몬이 2회,조르다니아가 5회의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항공료와 체재비를 제공받고 개런티는 연주회당 아츠몬이 1만달러(7백75만원),조르다니아가 4천달러(3백10만원).
서울시향은 올해에도 상임지휘자 없이 이탈리아출신 중견지휘자 알도 체카토(58)와 헝가리출신 미클로스 예르데이(64)를 2년째 수석객원지휘자로 초빙한다. 체카토는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거물로 디트로이트 심포니와 함부르크 필하모니의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78년부터 노르웨이 베르겐 필하모니와 하노버 북독일 라디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올해 연주일정은 현재 교섭중이며 개런티는 연주회당 1만달러(7백75만원·항공료 체재비 따로 제공)를 상회한다. 예르데이는 부다페스트 오페라하우스 수석지휘자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네덜란드 라디오 심포니 종신지휘자로 있다. 개런티는 연주회당 3천달러(2백32만원) 수준이며 3월에 내한,두차례(20·26일)의 연주회를 갖는다.
동구권 음악인 수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서울심포니 오케스트라에는 현재 소련인 지휘자 1명과 동구권 연주자 4명이 소속돼있다.
지난해 8월부터 1년 계약으로 객원지휘자로 활동중인 니콜라이 디아디우라(31)는 교향악축제를 위해 내한하는 로만코프만의 제자로 옴스크필하모니 음악감독과 키예프셰브첸코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역임했다. 가족과 함께 입국,아파트를 제공받고 있으며 월 2천달러(1백55만원)를 받는다.
바이올린 주자 카톨리 안지안(40·헝가리)은 나기바토니 음악학교 교수와 살고 타르잔 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단원을 지냈으며 90년 2월부터 서울심포니에서 활약중이다. 아파트를 제공받고 월급여는 7백달러(54만원).
한편 음악계는 이같은 외국음악인 초빙은 상당기간 증가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60년대부터 꾸준히 외국음악인들을 수입해 교향악단의 수준을 높여왔으며,NHK교향악단을 세계적으로 키운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시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교향악단 관계자들은 ▲국내 대학중 서울대 한양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휘전공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교육여건 ▲국내 음대 졸업생들의 경우 앙상블 경험이 적어 오케스트라에 대한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점 ▲한국인의 체격조건으로는 수준있는 관악주자가 나오기 힘든 점 등을 들며 이 분야의 외국연주자 수입은 좋은 소리를 내기위해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민성기기자>민성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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