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벽·인종차별속 방향상실/자취방은 아지트 밤새 “흥청”/신분증 빌려 고급술집 들락4개월전 LA로 유학온 중학생 K모군(15)은 교민들 사이에서 「어린이 전도사」로 불린다. 한국에서도 무척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K군은 부모손에 이끌려 이곳에 온뒤 혼자 하숙을 한다. 학교가 끝난뒤나 휴일에 갈곳이 없는 K군은 일요일만 되면 한인교회를 열심히 다닌다.
그러나 교회에 가더라도 같은 또래의 교포학생들과는 전혀 어울리지를 못한다. 중·고등부가 따로 구성돼 있지만 교포아이들은 대부분 영어를 쓰는데다 자라온 환경도 달라 도무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K군은 예배때나 친교시간에 언제나 어른들 주위를 맴돈다. 성가대가 연습을 하면 옆에서 잔심부름으로 시간을 보낸다. 일부 교역자들만 남아 회의를 하는 시간에도 한적한 교회 주차장에 주저앉아 먼산을 바라보다가 늦게 떠나는 교인의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K군을 지켜본 한 교민은 『혼자 미국에 덩그러니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다』며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데다 워낙 착해 아직 별문제가 없으나 측은해 못보겠다』고 말했다. 이 교민은 『그러나 그런 애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마약』이라고 경고했다.
어린 유학생들은 미국에 오자마자 아득한 절망감을 갖게 된다. 언어의 벽,인종차별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향수병은 짙어간다. 대부분이 새로운 의욕으로 공부에 매달리지만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학생도 상당수다. 툭하면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달려가 『한국에 가겠다』고 소리치는 학생까지 있다.
방황끝에 대도시 코리아타운의 당구장·카페·가라오케를 찾게 되고 급기야는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이다. 미국 청소년들에게 마약은 한국 고교생들의 담배와 같은 존재이다. 「Drug Free School」(마약없는 학교)은 미 중등교육의 큰 과제이다.
여학생은 임신을 해야,남학생은 마약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강한 크랙을 상용해야만 웬만큼 노는 축에 낀다. 어느 교포는 『여기서 타락하는 것은 한국과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동부의 P아카데미는 웬만한 한국 학부모도 다 아는 미국 최초의 명문고교. 2년전 교포 K모씨는 이 학교에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학교 카운슬러를 만났다. 워낙 마약문제를 많이 보아온 K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학교는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카운슬러는 『상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처음에 발각되면 주의를 주고 세번째는 퇴학을 시킨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K씨는 『이 일류학교가 이럴진대 다른 곳은 오죽하겠느냐』며 『결국 「내자식 내가 끼고 감시나 잘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학군이 좋은 곳에 무리를 해 집을 사 공립학교로 보냈다』고 말했다.
뉴욕 플러싱에 있는 J모군(18)의 자취 아파트는 한국 조기유학생들의 「아지트」다. 유학온지 2∼3년된 같은 또래의 7∼8명이 수시로 모여 노는데 이곳에서 어른 목소리를 흉내내 보호자인양 친구의 학교에 전화를 걸어 「결석」을 통보한 뒤 당구장에 간다. 담배는 물론 마약까지 구해 아지트에서 함께 즐긴다. 그리고 저녁엔 「유학생 전용술집」으로 몰려간다. 심신이 온전할 리가 없다.
뉴욕,LA의 코리아타운에는 교포문제아들이 오는 곳 외에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카페,가라오케술집,다방 등이 많다.
지난 1일 하오10시께 뉴욕 맨해턴의 한 호텔로비에서는 16∼18세 가량의 한국 남학생 3명과 여학생 3명이 한동안 함께 수군거리더니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여학생들은 한결같이 짙은 화장에 요란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한국인 종업원은 『주말마다 기숙사에서 놀러 나오는 유학생들』이라며 새벽1∼2시께 술에 취해 돌아온다고 귀뜸했다.
LA 코리아타운의 F,O,S 등의 술집과 N다방 등은 유학생들만이 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일 하오4시께 N다방에는 평일 대낮인데도 30여명의 유학생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떠들고 있었다. 한 여학생에게 『언제 유학을 왔느냐』고 물어보자 『아저씬 누구예요』라고 쏘아붙이곤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웃 가게의 한 한국인 부인은 『주말이면 넓은 주차장이 가득 차도록 차를 몰고와 놀다간다』며 『눈뜨고 볼수 없는 장면이 많다』고 혀를 찼다.
어느 술집주인은 『불경기로 고전하는데 한국유학생 덕분에 먹고 산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며 『그중에는 대학생 외에 고교유학생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일부 고교생들은 룸살롱에서 1병에 1천5백달러 가량하는 「루이 14세」라는 최고급 술을 시키기도 하며 3백달러인 「로열 살루트」는 보통으로 마셔댄다. 또 카 레이스를 벌여 진학생이 술을 사기도 한다. 만 21세가 돼야만 출입이 가능하며 신분증 검사가 엄격한 미국 술집에는 선배·대학생들의 신분증을 빌리거나 20여달러를 주고 위조해 간다. 호기심에서 잘생긴 미국인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 술집주인은 『법을 어겨가며 한국유학생을 받는 술집이나 어린학생들이나 모든 큰 문제』라고 걱졍했다.<뉴욕·la=손태규특파원>뉴욕·la=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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