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시시”… 외제스포츠카 인기/주말엔 오토족 코리아타운 점령/무면허 비싼 콜택시로 4시간거리 왕복도뉴저지주 포트리에서 여동생과 함께 유학중인 박모군(18)의 승용차는 6만5천달러짜리 BMW850이다. 뉴욕인근의 사립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최모군(17)은 금요일 하오만 되면 벤츠를 몰고 부모가 사준 60여만달러짜리 콘도미니엄으로 가 주말을 즐긴 뒤 일요일 하오에 학교로 되돌아간다.
뉴욕에서 3시간 거리인 시골고교에 다니는 이모군은 지난해 백인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어느날 학교에서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레스토랑에서 열린 파티에 이 여학생을 모셔가야(?)했던 이군은 고민에 빠졌다. BMW승용차로는 백인여학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이군은 왕복 6시간 거리인 뉴욕에서 엑셀승용차 길이의 2배가 될 스트레치 리무진을 7천달러에 불렀다. 이 리무진은 미국의 중상류층이 결혼식때 멋을 부리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차다.
지난 2일 한국유학생이 많기로 유명한 LA의 공립 S고교에서 만난 4명의 교포학생은 낡아빠진 국산 엑셀승용차를 타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유학온 아이들은 이런 차를 안타요』라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에만도 30여명의 유학생이 차를 몰고 다닌다. 그중에는 2만7천달러짜리 벤츠190을 모는 학생이 있으며 인피니티,레석스 등 2만∼4만달러 고급승용차를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유학생은 거의 국산차를 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카를 닮은 독일제 BMW가 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종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쏘나타 2.4가 1만5천달러 안팎임에 비해 유학생들이 사는 웬만한 외제차는 2만달러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만 16세가 되면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다. 한국에서는 법적 제한 때문에라도 차를 가질꿈을 못꾸던 고교생들이 미국에 오자마자 날렵한 스포츠카 등 다양한 외제차에 매료되고 만다.
이들은 무엇보다 외로움 때문에 차를 원한다. 부모·형제와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은 어린 학생들을 바깥으로 뛰쳐 나가게 한다. 드넓은 땅에 변변한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미국에서 유학생들은 부모들에게 차를 사달라고 조르게 된다.
그러나 일단 차를 갖게 되면 차가 방황과 탈선의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LA에 있는 이모군(18)은 지난해 2인용 일제 도요타MRⅡ 스포츠카를 샀다. 혼자 생활하는 이군은 늦잠 때문에 학교버스를 놓치기 일쑤여서 차를 몰고 학교에 간다. 주위 친구들에게는 『핸들을 잡으면 아무데나 떠나고 싶고 자다말고 일어나 인근 바닷가로 질주할때도 있다』고 말하곤 한다. 주말이면 많은 유학생들이 차를 몰고 LA 코리아타운 카페 등 유흥가에 나온다.
차를 사지 못했거나 나이가 어려 면허증을 딸수 없는 학생들은 겁없이 값비싼 콜택시를 불러타고 도심으로 몰려간다.
지난 1일 뉴욕 맨해턴의 어느 호텔에서 만난 김모군(17)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1명과 함께 2백여달러를 주고 택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10∼20여명의 어린 유학생들이 이 호텔에서 머물다 학교기숙사로 돌아가곤 하는데 상당수가 2∼4시간 거리를 택시로 왕복한다.
외딴 시골학교에 다니는 김군은 한달에 1∼2번씩은 꼭 뉴욕에 나와 도시바람을 쐬어야만 가슴이 트이고 외로움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만나는 김군의 친구들 중엔 한달에 5천∼6천달러의 용돈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뉴욕의 한 한국인 택시운전사는 『주로 뉴잉글랜드 지방의 기숙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차가 그다지 필요없기 때문인지 택시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맨해턴에서도 3∼4명이 짝을 지어 가라오케 술집에 가거나 마사지 팔러에까지 출입한다』고 전했다.
이 운전사는 지난해 보스턴에 있는 한 고교생이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주말을 보내고 돌아갈때 4시간여 동안 택시로 데려다준 적이 있다며 어이없어했다.
주말 2∼3일간을 뉴욕에서 보낼 경우 호텔 숙박비에다 식사비,유흥비까지 최소한 3백∼4백달러에서 1천여달러까지 든다. 매주 뉴욕으로 놀러나오려면 한달에 5천∼6천달러의 용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렵지않게 추산할 수 있다.
지난 1월 딸을 LA에 보낸 한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같다. 국제통화중 딸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통장에 4천달러가 들어있다고 자랑하더라』면서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이 어머니는 『앞으로 용돈을 얼마나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고 있다.
뉴욕에서 유학관계 일을 보는 정모씨는 『뉴저지에 있는 바겐세일 전문의류점에 학생들을 데려가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옷을 사입느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말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뉴욕 la="손태규특파원">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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