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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 피하자” 탈출러시(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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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 피하자” 탈출러시(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

입력
1992.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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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마다 연 10∼50명 떠나/“교육천국” 미에만 수만명/마약·탈선등 부작용 많아규제를 강화할 것인가,자유화를 할 것인가. 조기 유학에 대한 본격 논의가 시급하다. 관계규정을 어긴 불법유학,입시경쟁에서 벗어나려는 도피유학이라는 비난속에서도 초·중·고생들의 해외유학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중 일부는 사치와 방종·탈선으로 유학의 참뜻을 흐리게 하지만 무엇보다 조기 유학은 『외국의 교육제도에 우리의 아이들을 맡겨도 되는 것 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기 유학은 잘못된 우리교육의 단면일 수도 있다. 왜 어린 나이에 많은 학생들이 「교육이민」을 가며 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조기 유학생이 가장 많은 미국현지와 국내취재를 통해 조기 유학의 명암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최근 3∼4년새에 급격히 늘어난 초·중·고 조기 유학생 숫자는 1만∼2만명 이상으로 추산될뿐 교육부·외무부 등 관련기관 어디에서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호주를 비롯해 필리핀·홍콩·말레이시아·헝가리·체코·프랑스에다 심지어 인도에까지 퍼져 나가는 조기 유학붐은 앞으로도 심해질 전망이다.

서울 강남일대의 중·고교에서는 매년 10∼50여명이 조기 유학을 떠나고 있으며 올들어 한 학급에서만 벌써 3명이 미국으로 간 고교도 있다.

미국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뉴욕·보스턴 등 동부지역에는 줄잡아 1만명 안팎의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몰려있다.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지역에도 수천명의 조기 유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의 치열한 입시경쟁 때문에 왔다』고 말한다. 유학을 보면 학부모들도 『엄청난 과외비를 들여도 고교졸업생의 28%가량 밖에 대학을 갈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미국으로 보냈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한 학부모는 『대학에 못가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풍토와 지금의 주입식 교육,입시제도가 개선되지 않는한 조기 유학이라는 「돌파구」 찾기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들은 한국의 입시지옥을 비판하며 「미국은 교육의 천국」이라는 말까지 서슴지않았다.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독립심이 강해지는 것 같으며 뭔가 해보려는 의욕을 보여 조기 유학을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유학은 현행제도상 엄연히 불법이다. 교육부의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예·체능특기자,과학부문 자격증소지자,특수학교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경우에만 조기 유학의 특례가 인정될 뿐이다.

이에 아랑곳 없이 조기 유학생들은 89년 1월 해외여행자유화 조치이후 한결 발급받기 쉬워진 여권을 들고 외국으로 쏟아져 나간다. 이중 일부는 미국학교의 입학허가서 소지자에 한해 주어지는 학생비자도 없이 관광·방문비자만으로 나가 눌러앉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 유학알선업체나 브로커의 사기 등 각종 비리가 끼어든다.

「도피유학」이라는 비난을 증명하듯 언어의 벽에 부딪치고 제약없는 생활에 팽개쳐진채 방황하는 학생들도 적지않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수십만달러짜리 고급주택·아파트에 가정부를 두고 생활하면서 3만∼7만달러의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호화유학생들은 교포사회에 심각한 위화감까지 조성하고 있다.

외국의 개방된 성풍조에 휩쓸려 탈선하거나 마약에 빠지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일부의 탈선은 한국에 있더라도 일어날 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항변하지만 『한해 수만달러씩 외화를 들여 나라 망신까지 시키는 유학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는 국내 교육전문가와 교포사회 인사들의 비판은 거세다.

유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조건적인 비판」에 반발하며 국제화시대에 맞춰 유학문호를 더욱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초·중·고 교육은 전인교육인 만큼 부모의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한국에서도 제대로 적응못하는 학생들이 부모를 떠난 외국에서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개방정책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조기 유학생을 많이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제한규정이 있는 상태에서도 막을 방도가 없어 무척 곤혹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조기 유학의 실상과 그 득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때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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